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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집에 있었던 연휴였다.

남편이 뽐뿌를 받아 냉장고 안에 있는 오래된 모든 것을 버리기 시작했다.

30개월된 멸치들이 1톤쯤 나왔다.

so many fish

내가 학살자가 된 기분이었다.

 

냉동실에 있던

멸치, 황태채,

멸치, 황태채,

멸치, 황태채,

멸치, 황태채,

멸치, 황태채, 쥐포, 오징어포 등을 버렸다.

곧 올해의 생일이 될텐데

작년 내 생일에 남편이 미역국 끓여 주겠다고 야심차게 샀던 쇠고기도 나왔다.

 

우린 많이 먹고 뚱뚱해 지는 인간들이어서 문제다.

얼려진 먹을 것을 다 먹어 치울 수가 없다.

 

냉장고가 텅텅 비니 속이 다 시원하다.

 

난 작년에 떨어진 애가 제일 많이 입는 가디건의 단추 두 개를

1년 반만에 달아 주었다.

여름 잠옷 떨어진 단추도 여름 다 지나고 새로 달아 주었다.

작년 같으면 애가 바느질 하는 내게 달려들어서 할 수가 없었을 텐데

얌전히 앉아서 잘 보고 있었다.

반짇고리를 뒤집어 엎지도 않았다.

 

애 장난감을 안치우고 저녁쯤 되니

애가 장난감을 밟고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정리를 다 하고

치우고

 

아 그래도 쉬는 날 해치우자 하면서

마지막 빨래를 한 번 돌리고 애가 졸려 할 때 널었다.

아 이걸로 끝이다.

연휴가 끝났다.

만세 만세 이걸로 끝이다.

아침 점심 저녁

아침 점심 저녁

아침 점심 저녁 차려 먹고

애랑 계속 계속 놀고

빨래, 청소, 분리수거, 설거지

끝 끝

 

하고 애가 잠이 들고

캄캄한 방.

으아아 씬나 씬나 하며 캔디를 깨기 시작했다.

 

애가 콜록 콜록

나는 무시.

애가 콜록 콜록

나는 무시

애가 콜록 콜록

남편이 "애가 괜찮나"

나는 무시.

 

콜록콜록콜록콜록 으웨에엑

하고 애가 토했다.

 

남편이 애를 데리고 화장실로 가고

나는 이불을 걷고 벗긴 애 옷을 세탁기를 돌렸다.

침대를 치우고 새 이불 보를 깔고

베개랑 쿠션을 살폈다.

 

애는 자다 깼으니 너무 서럽게 통곡에 통곡.

애 머리카락 냄새를 맡았더니 고약하기 그지 없었다.

우는 애를 내가 끌어안고 머리를 감고 샤워를 시켜 주었다.

그래도 내게 붙으면 안운다.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리고 닦이고 새 옷 입히고

"토했어도 금방 새 옷에 새 잠자리라 좋지?"

하며 달래서 눕혔다.

 

그리고 남편과 애는 자고

빨래를 조금 더 정리해서 자리를 마련하고

한시간 기다려 이불과 옷을 널고

에휴. 고된 연휴였어. 하며 잠자리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