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기는 이번 주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다.
콧물이 줄줄 나기 시작 했지만
생각보다 잘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컨디션이 안 좋으니
아침마다 어린이집 안갈 꺼라고 말하고
저녁에도 집에 와서 나 한테만 붙어 있는 중이다.
한참 덜 울어서 속으로 좋아했는데
다시 울보가 되어서
아빠가 "엄마 힘들게 했어?" 라고 말하면
"아니야." 하고 말하고 엄청 억울한 표정이 되어서 엉엉엉엉 운다.
그러면 또 맘이 너무 짠해서 얼른 달래 준다.
내가 힘들어 하는 건 남편 눈에 보이는 거고
애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엄마에게 예쁘게 말하고
엄마 말 다 들어주고 하고 있는 참이다.
어제 어린이집 데리러 갔을 때는
옷 입히고 쉬 시키고 하느라
"밖에 온 것이 ㅇㅅ이 엄마가 아니다" 라고 선생님이 말씀하셨는데
그게 너무 너무 슬펐던 모양.
옷을 입고 현관으로 나왔을 때는
완전 서러운 얼굴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ㅇㅅ이 엄마 맞는데 선생님이 아니라고 했어."
하고 흑흑 울었다.
2.
15분쯤 일찍 어린이집에 도착했더니 아직 해가 지지 않고 있었다.
잠깐 산책할까?서 데리고 나오니 애가 말한다.
"엄마 이건 어때? 커피집 갈까? 라떼 사오까?"
뭐 이리 멀쩡한 문장을 멀쩡한 발음으로 말하는지 깜짝 놀랐다.
잠깐 나갔는데 바람이 어찌나 불던지
마음이 급해서 커피집도 못가고 금방 어린이집 쪽으로 오는데도
내 손 잡고 있던 애가 넘어져서 아프다고 울고...
3.
애기가 애기라며 기어다니길래
"어이구 우리 애기 ㅎㅂ이구나. (어린이집 젤 어린 애기 이름)" 하니
엄청 서러운 얼굴로 말한다.
"ㅎㅂ이 아니고 ㅇㅅ이이! 엄마 딸이잖아!"
3.
아주 자연 스럽게
"ㅇㅎ이는 스테고사우르스를 좋아해."
"목이 긴 브론토사우르스야"
같은 문장을 말한다. -_-;
난 어리둥절 해졌다. 도대체 지난 3년간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수가 없다.
저렇게 긴 단어를 어떻게 한 번에 말하지?
스테고사우르스(그림책에 등장)와 브론토 사우르스(만들기에 등장)를
어떻게 제대로 알고 있는 거지?
4.
애가 만들기 놀이를 하고 하도 그럴듯하게 잘 잘라 놨길래
기특해서 만들고 남은 가에 종이를 책 사이에 책갈피로 끼워 놓았다.
애가 보더니
"이건 내꺼야. ㅇㅅ이꺼야. 나 쓰레기야. ㅇㅅ이 쓰레기야."
하고 말하더니 내 책갈피를 가져다가
쓰레기통 뚜껑을 열고 버렸다. ㅇㅎㅎㅎㅎㅎ
5.
*** 수업하고 밥 먹었어? 아님 밥 먹고 수업 했어? 하고 물었더니
"*** 수업하고 내려와서 밥 먹었어." 하고 대답했다.
점심 전에 수업 하는지 점심 먹고 하는 지 궁금했는데
이 대답을 통해 수업을 2층에서 받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