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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3일 아침이던가.

예전에 아기 식탁의자에 달려 있던

안전벨트를 따로 떼서 놓아두었는데

그걸 찾아내어 몸에 둘러 달라고 했다.

곰돌이를 거기다 끼우더니

현관에 놓여 있던 내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왔다.

그리고 곰돌이를 앞에 띠로 안고 슬리퍼 신고 걸어다니면서

"엄마 딸 엄마 딸" 하는데

'눈에 넣어도 안 아픈' 딸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내가 늘 아기띠로 애 업을 때

애 업으면 무릎이랑 발목이 아파서 꼭 슬리퍼 신고

"자장 자장 우리 아가 잘도 잔다 하다가

00이는 엄마 딸 엄마 딸 엄마 딸"

하고 자장가를 불러주는데

이젠 애가 그걸 따라 부른다.

 

 

 

2.

인터넷에서

'110 옷 입는 분들 옷 어디서 사시나요'

하는 글을 봤는데

예전에면 당연히 남자 옷 사이즈라고 생각했을 텐데

이제는 당연히 애 사이즈라고 생각하고

내가 가는 애 옷가게를 주루룩 떠올리다가 곧 깨달았다.

애기 옷 사이즈 이야기가 아니구나.

110 옷 입는 4세 아동 분들이 인터넷에 글 쓰겠나. ㅎㅎ 

 

 


3.

어린이집에서 나오는데 바지 앞 뒤가 바뀌어 있었다.

엉덩이에 가야 하는 주머니가 앞으로 와 있었다.

"선생님, 바지 앞뒤가 바뀌었어요." 했더니

"00가 입은 거예요.

양말도 혼자 신고 바지도 혼자 입었어요"

하셨다.

기특해서 바지 거꾸로 입은 채 그냥 데리고 나왔다.

 

낮에 하도 따뜻해서 그 생각만 하고

어린이집 하원 후 놀이터 가서 놀려고 했더니

저녁이 되자 온도가 뚝 떨어졌다.

일교차가 심하다.

놀이터 갔다가 춥다고 한바퀴만 돌고 다시 차로 왔다.

 

저녁에 목욕 하고 나와서

팬티도 혼자서 입고 바지, 티셔츠 모두 혼자서 입었다.

바지에 먼저 손을 끝까지 넣고 탁탁 한 다음

(이건 내가 입혀줄 때나 이러면 되는 건데...)

바지 양쪽에 다리 잘 넣어서 입고

일어서서 바지 올리고

엉덩이 부분도 열심히 올린다. 

윗도리도 일단 잘 끼워는 넣었는데

얼굴이 나오지 않아 한참을 옷 안에 들어가 있었다.

내가 몰래 좀 당겨 줬다.

팔도 헤매다가 내가 '여기 여기' 짚어주면 잘 넣었다.

마지막에 바지 제대로 올리는 건 내 손이 좀 필요했지만

하여간 성공.

 

 

 

 

4.

아침에 일어나면 꿀같이 말하고

저녁에 자기 전에는 오만 짜증을 다 부린다.

토끼를 자장자장 하겠다고 했다가

이불 똘똘 말아 달라고 해서

이불을 토끼한테 덮어주겠다는 소린지 말아달란 소린지

헷갈려 하고 있는 사이에

마구 짜증을 내며

"아~ 진짜 진짜!!!"

하는데 화가 나서 또 애한테 막 화를 냈다.

내가 한 열 번까지는 참는 것 같은데

열 번 참고 나면 화를 내는 듯...;;;

 

진짜 진짜 하는 저 말투는 또 어디서 배워온 건지 모르겠다.

내가 저런 말을 쓰는 것 같지는 않은데...???

내가 쓰나?

 

내가 또 공부를 좀 해야겠다.

애 짜증에 대처하는 법. 같은 것으로...

 


 

5.

텔레비전에 걸그룹 나와서 노래 하는 것 보면서 애가

"배꼽 나왔네"

이러고 있어서 또 웃겼다.

그러고 보니 배꼽이 살짝 보이는 짧은 옷을 입고 있었다.

나보다 관찰력이 좋네.

 

  

 

6.

난 이제서야 옷장에 옷이 좀 구색이 갖추어진 느낌이다.

옷의 숫자가 많지는 않다.

전부 다 딱 한개씩 있다.

코트 하나, 패딩 하나, 잠바 하나, 블라우스 한 개,

구두 하나, 운동화 하나, 

청바지 하나 검정 바지 하나 이런식이다.

있는 옷이 전부 다 다르다.

 

무슨 일 있을 때마다 핑계대고 옷을 샀더니

매일 아침 별 고민 없이 꺼내어 입고 출근할 옷이 있다.

그 전에 가지고 있던 옷은 한국에서

직장인이 입기에는 좀 부적절한 옷이었다.

그 때의 내가 '한국에서 직장인이 입기에 적절한' 옷을 골라서 살 수 있는 능력은 아예 없었다.

그냥 "싸고!!!!" 편한 옷만 질러댔지.

 

아침에 입고 나오면 오예 멋지네 이런 생각이 든다.

피부와 몸매는 태어나서 최악이지만

옷과 머리는 태어나서 최고라고 생각.

 

지금 없는 것은 가방.

들고 다니는 것으로는

백팩과 천가방과 에코백이 있다.

아주 이쁘게 입고 백팩을 메어버리면

패션이 무너지는 느낌이다.

오늘 아침에도 검정 원피스에 가디건, 봄스카프를 하고

늘 메는 갈색 백팩을 메면 그 순간 좀 실패.

 

백팩을 메어야 애를 아침 저녁에 안아줄 수 있으니

좋기는 하지만

지금 나는 옷이 "몸을 가리는 거적대기 편한 것"이 아니라

패션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내 패션을 마무리 지어줄 정점이 필요한데!

가방은 적당한 것이 없다.

이쁜 건 오질게 비싸다.

완벽한 가방(완벽한 모양에 적당히 저렴한 가격)이 갖고 싶다.

누가 "이게 그 가방" 이라고 가르쳐 주면 당장 가서 살텐데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