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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18APR

글 쓴 건 열 개쯤 되는데

퇴고할 짬이 없어 글을 계속 못 올리고 있다. -_-;;;

 

 

 

1.

토요일 저녁에 씻기고 옷 입히기 전이라 기저귀를 벗겨 놓았는데

내 앞에서 조그마한 엉덩이를 흔들면서

뿡뿡이 춤을 추었다.

 

정말 별 일이 아니고 잘 추는 것 조차 아닌데 

그게 너무 너무 우습고 재미있는 것이었다.

엄마 호르몬이 폭발한 모양이다.

 

자식 때문에 웃는다는 소리가 뭔지 알겠구나 싶을 만큼

애가 사랑스러운 마음이 진해졌다.

그동안에도 예쁘다 예쁘다 하며 지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서 신기했다.

 

애는 여전히 가수 "ㅇㅕㅈㅏ친구"의 노래를 매우 좋아하고 있다.

남편이 애를 재울 꺼라며 차에 애와 나를 모두 태워서 나갔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길을 천천히 돌았는데

애는 영 잠을 자지 않았다.

 

내가 "*** 노래를 틀어줄께" 하고 말하면

"우와 진짜요? 고마워" 하고 대답했다.

 

애가 슬슬 졸려서 머리를 의자에 기대고 졸다가도 

"ㅇㅕㅈㅏ친구" 노래에서

"아아~" 하는 코러스 부분이 나오면

벌떡 일어나서 "아아~" 하고 따라 부르는 것이었다.

 

예전의 나는 노래에 그런 부분이 있어도

낮은 부분의 가사를 듣지 그런 높은 고음의 화음은

코러스려니 하고 넘어갈텐데

애가 거기에만 반응을 하니 노래가 새롭게 들린다.

 

아이를 재우는데 40분이 걸렸고

애가 자려고 하다가 끝까지

익스포넨셜리 디케이 하면서 아아~ 할 때는

남편이랑 나랑 둘 다 빵 터져서 한참을 웃었다.

 

남편에게 "애가 정말 사랑스럽다.

이제야 자식을 왜 계속 낳고 키우는지 알겠다"

라고 말했지만

이 멘트는 일요일이 되자 마자 취소.

애 키우는 건 그저 힘든 일인 걸로...

 

아침에 낑낑 울고 짜증에 땡깡에 장난이 아니었다.

중이염이라 몸이 안좋아 그렇지 하면서 계속 어르고 달래었다.

 

아침밥 잘 먹고 약 먹이고

점심밥도 잘 먹고 잘 자고

애가 낮잠자고 일어나자마자

남편이 방에 들어가서 두 시간 자버렸다.

그래서 애랑 둘이서 열심히 놀았다.

 

 

2.

2.-1

일요일 저녁 씻고 있는데

애랑 남편이 같이 욕실 문을 열고 들여다 보더니

남편이 "애가 뭘 먹고 싶다는데 뭔지 모르겠어." 하고 말했다.

 

애한테 뭐 먹고 싶은데? 하니 "투슈" 란다.

"투슈가 뭐야? 밥? 빵? 우유? 계란? 새우?" 이러다가

"다시 한 번 말해줘" 하니 또박 또박 "투슈" 한다.

"흠. 다시 한번만 더 말해줘요" 하니 "투슈"

"또 말해줘." "투슈" 이러는 애 얼굴에 삐짐이 번져간다.

"탕수육???" 했더니 "아니이이~"

남편이 상황 설명을 조금 더 하고 내 머리를 잠깐 사이에 최대 출력으로 돌리고

"주스?" 했더니 애가 "응!" 그랬다.

난 매우 의기양양 했고 애는 주스를 마셨다.

 

투에 강세가 가 있어서 무슨 말인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2-2

월욜 아침 애가 부엌쪽 베란다 문을 가리키며 뭐라 뭐라 그랬다.

뭐라는 건지 물음표를 머리 위로 마구 띄웠더니

안아달라고 팔을 뻗고 저쪽으로 가라고 가리켰다.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면서 과자를 달라는 건가 했더니

창 밖을 가리키며 내가 쓰레기 버리러 가는 걸

남편이랑 안고 내다 본 것을 말하고 있었다.

그런 다음에 또 손가락을 마구 가리켜서 가리키는 곳으로 가니

엄마가 초인종 누르고 인터폰 화면에 엄마 얼굴이 보였던 것을

이야기 하는 것이었다.

그걸 안되는 말로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참 별 걸 다 기억하는 구나.

그게 벌써 2주 전 주말인데 싶었다.

 

 

2-3

일요일 아침 집에서 나오면서

주차장 기둥을 가리키며

"사(4) 두개 있어" 그랬다.

남편과 나는 주차장 기둥에 숫자가 있는 것을

이사온 지 3년만에 처음 알았다.

보긴 봤지만 별 관심이 없었는데.

애 덕분에 알았다.

 

지난 화요일부터 애가 갑자기 숫자를 다 읽을 수 있다.

그 전에는 적힌 숫자를 보며 '숫자다' 해야할 때

"일리샴샤다" 하더니

갑자기 카드를 하나씩 집으며 숫자를 말하기 시작.

3과 8, 6과 9는 헷갈려 한다.

 

 

2-4

우리 결혼 앨범과 애 돌 앨범을 애가 좋아하면서 들고 나와 보기 때문에 종종 본다.

거기서 사람들을 짚으며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을 정확하게 알았다.

 

 

2-5

토요일 아침.

아침을 차려 주니 "고맙습니다" 그랬다.

숫자책이 개구리, 거미, 오리가 차례로 나타나며 "같이가" 하는 내용인데 

아빠랑 보면서 "같이 가" 라고 읽었다.

 

"손씻고 나가자"

"날씨 조타 손씻고 나가자" 하고 말했다.

 

애한테 "새우 먹으러 가자" 하니 "진짜로? 진짜로?" 그랬다.

믿어지지 않는 게냐.

 

친구네 차와 같은 종류의 차는

색이 다르건 형태가 좀 다르건 전부 아는체를 한다.

마트에서도 길에서도 "애서차다!" 하고 고함을 지른다.

"애서차 지나가 버렸어. 없어져 버렸어"

 

전화기 켜지길 기다리며 "나와라 얍"

 

 

2-6

내가 애가 카메라 플래쉬며 렌즈마 마구 잡아 당겨서 잠깐 속상해서 엉엉 했는데

남편은 엄청나게 무섭게 나를 혼냈다.

피곤해서 애 재우다가 골아 떨어졌는데

곤히 자는 내게 와서 큰 소리로 혼을 내었다.

 

아기는 엉엉 하고 있는 내게

"엄마, 내가 잘못했자나.

괜찮아 엄마 내가 있을 꺼야.

카메라 땜에 엉엉 하지." 라고 말했다.

내가 잘못했자나~ 하는 말이 우스웠다.

 

 

2-7

화내는 얼굴 모양의 스티커를 가리키며

"무서워 때찌해죠" 그래서 때찌해 줬다.

 

 

2-8

맨날 저녁 식탁에 앉아서

맛있는 반찬을 가리키며

"도이가 섀우 빼사가"  하고 말하면

나는 허공을 가리키며

"도이야 섀우는 00이 꺼야. 뺏아가지 마!" 하고 말해준다.

그러면 아기는 엄청 뿌듯한 표정이 되어 좋아한다.

이건 놀다가 랜덤하게 늘 갑자기 하는 말.

친구 이름도 바뀌면서.

"도이가 생연피 삐사가" 라거나 뭐라거나 일러주는 모드가 되어서 말하면

나는 늘 편을 들어준다.

 

 

2-9

소파에 기대 앉은 아빠를 계단 삼아 밟으며

소파로 올라가는 것을 엄청나게 좋아한다.

나한테도 하려고 했는데

나는 온 살이 다 아파서 도저히 시켜줄 수가 없었다.

아빠 밟기를 백번 쯤 한 다음에

자기가 소파 앞에 앉더니

아빠를 보고 "아빠 걸어" 하면서 자기를 밟고 올라가라고 말했다.

남편이 막 웃었다.

 

애가 저걸 좋아하고, 나는 못해주는 거니까

남편이 신이 나서 애가 하고 싶어하는 만큼 시켜준다.

얼굴 표정을 괴상하게 지으면 애가 더 좋아하고...

 

 

2-10

내가 아침에 가디건을 입고 나오자

"나도 가디건 입을래" 그랬다.

옷 종류도 많이 안다.

 

 

2-11

색을 말하기 시작.

파란색 초록색 노란색 그러는데

반은 틀린다.

그래도 뭔가 다르다는 건 인식하는 것 같고

"색"이 무엇을 말하는 지도 아는 듯 하다.

 

 

2-12

에이비씨디~ 하고 말했다.

이건 어린이집 수업에서 배운 것.

이것도 언젠가는 A를 가리키며 "에이" 하게 되겠지.

 

 

2-13

공을 조금 던질 줄 안다.

일요일 낮에 남편 자는 동안

집에 있는 공 뼈다귀로

나랑 주고 받기를 하며 한참을 놀았다.

굴리기도 하고 던지기도 하고.

공 하나 사야지.

 

 

 

2-14

제일 핫한 건 꼭꼭 숨어라 놀이.

나랑 아기가 숨고 아빠가 찾는 거에서

내가 숨는 걸로 조금 발전.

그리고 월욜 아침엔 토끼와 곰을 숨기고

자기도 같이 눕고 이불을 뒤집어 썼다.

옷장 안에도 기어들어가고

숨고 나면 언제나 엄청 높은 톤으로 끼악끼악 대며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