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저녁 숨바꼭질을 했다.
나랑 남편이 숨기로 했다.
남편은 침대 위 이불 속에 숨고
나는 완전히 티나게 안방 화장대 앞 바닥에 그냥 쪼그리고 앉았다.
거실에는 불이 켜져 있고
방안에 불이 꺼져 있긴 했다.
애는 남편을 쫓아가서 찾아낸 다음에 엄청나게 좋아했다.
그리고 나는 찾지를 못하고 울려고 폼을 잡기 시작.
남편이 애 손을 잡고 검지 손가락을 뻗은 다음
팔을 쭉 뻗고
"아가, 저 쪽에서 부터 훑어보자. 찌잉~~"
하면서 방을 180도 스캔 하였다.
그러다가 나를 발견하고 거기에 손가락 고정.
애가 엄청나게 좋아하며 쫓아 왔다.
그 다음에는 작은 방 문 뒤에 숨었고
그 다음 번에는 서재방 문 뒤에 숨었다.
월요일 밤
보통은 나랑 애가 숨고 애 아빠가 찾아야 하는데
애가 나를 보고 숨으라는 것이었다.
나는 드디어 아이와 내가 한조가 되는 것이 끝났구나 하고 기뻤다.
난 이불 밑에 숨었다.
그러자 애가 침대 위에 서서 "지잉" 하며
나를 스캔.
나랑 남편이랑 침대 위에서 굴러댕기면서 웃었다.
나랑 남편은 이틀 만에 완전히 까먹고 있었는데
애는 그게 재미있었던 모양.
빵 터져서 한참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