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25JUL
애한테 사랑 받는 기분은 어마어마하다.
이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
내가 이 세상에 새롭게 불러낸 사랑스러움이라는 것에
계속 감사하는 마음이다.
도대체 지금까지 살면서 누가 이렇게 날 많이 좋아했나
내가 이렇게도 어떤 사람의 전부였던 적이 있나
하는 마음이 계속 든다.
정말 신기하다.
사랑을 쏟으면 오롯이 들어가고
계속 요구하는 건
완전히 블랙홀이다.
나는 엄청난 노력을 해서 이 아이를 사랑하는데
이 아이의 세상에는 아직 나 밖에 없다.
신기한 느낌이다.
말을 제법 하게 되고 말로 해달라고 하는 것이 늘어날 수록
신기하다.
내가 잠깐 누워 있으면 거실에서 놀다가도
5분에 한번씩
"엄마 안아줘!" 하며 충전하러 들어온다.
안겨서 내가 뭘 해도 좋아하고
내가 뭘 해도 관심의 대상이다.
늘 궁금하다. 내가 애가 좋아하는 것을
기가 막히게 찾아 내는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뭘 하든 애가 좋아하는 건지.
허리가 아파서 누워 있는데 자기도 발라당 눕더니
"나도 우유 마니 먹어서 허리가 아파."
하고 찜질 같이 한다고 눕더니
나를 밀어내고 찜질기 위에 혼자서 누웠다.
나는 옆자리로 보내어 버렸다.
낮잠 재우려고 옆에 누웠다가
같이 자는 척 해보려고 눈을 감았더니
내 눈을 찌른다.
"아야 아야" 하니까
"엄마, 눈 뜨고 유슈이 봐줘" 한다.
낮잠 자려고 누웠는데 쪼끄맣게 하트해 주다가
엄지손가락 올려서
속삭이며 "엄마최고 엄마 최고" 한다.
"유슈이는 엄마 맘속에 최고"
하니까 그 말도 또 그대로 따라한다.
하지만 예전처럼 내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가 유슈이한테 최고"
"언제까지나 엄마를 사랑해"
하길래 얼른 전화기에 적었더니
"언제까지나 사랑하는데 접어노으께"
내게 그렇게나 소중한 자기 이불을 덮어주고 자장자장 해준다.
그리고 손에 이불을 쥐어준다.
다들 이맘 때 아기가 제일 사랑스럽다더니
뭔 말인지 알 것 같다.
오동통통 아기 볼
작은 손 발
긴 속눈썹
우당탕탕 뛰어다니면서
아빠가 뭐 하자 그러면 "싫어요 아니야" 하면서
엄마가 뭐 해볼까 하면 당장 쫓아온다.
아빠가 양치질 할까 하면 싫어요.
난 애랑 같이 양치질 하기 싫어서
혼자서 양치질 하고 있으면
바로 화장실로 쫓아온다.
아빠랑 버개매를 보고 있을때도
무서워해서 아빠가 옆에 같이 있어 줬다는데도
진짜로 무서워지면 씻고 있는 내게 쫓아온다.
화장실 바닥에 물이 튀고 있어도 우다다다 쫓아서 들어온다.
그리고 내게 말한다.
"아빠가 무쎠우우운거 트러어줘써어!"
뭘 사주면 너무 좋아하고
보람이 느껴질 만큼 들고 다닌다.
어젠 마트 혼자 갔다가
패티물총을 사들고 와서 선물이라고 줬더니
잘 때도 침대에 가지고 들어오고
내내 들고 다닌다.
그게 눈에 넣고 싶을 만큼 이쁘다.
하루 하루 잘 때도 그 다음날 아침에 일어났을 때도 이쁘다.
마트에 갔다가 나오는데
전화가 왔다.
당연히 남편이 건 줄 알고 받았는데
아기였다.
"엄마~! 오오디 이이써어어?"
"응. 엄마 마트에서 나왔어."
"마트에서 나온 거야?"
"응. 운전하고 있어."
남편 말이 애가 전화를 걸었다고 했다.
내 전화로 남편에게 전화를 할 때는 목소리가 모기만해지고
다른 곳에 전화할 땐 부끄러워 말도 못하는데
내게는 말을 잘하게 된 딸이 전화를 건다.
월욜 아침에 커피집에 갔을 때도
귀여워해주는 이모들, 친구 엄마 앞에서
갑자기 또 부끄럼쟁이 모드가 된다.
부끄럼쟁이 모드일 때
애를 지탱해 주는 건 엄마인 나.
내 품에서 부끄럼쟁이
내 다리를 붙들고 내 다리 뒤에서 부끄럼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