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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말 육아는 헬 오브 헬 오브 헬 오브 더 헬 이었다.
(그런데도 지난 번 수족구+친정 때가 더 힘들었다고 생각.)
아기가 주말 내내 울었다.
월요일 아침 보는 사람마다 눈에 모기 물렸냐
왜 그러냐 물어보는 수준.
애 얇은 피부가 부어 올라서
눈이 꼭 얻어맞은 사람 처럼 되었다.
엄마랑 같이 있을 때는 괜찮은데
조금만 떨어져도 난리 난리를 치고 운다.
안아줘 안아줘 해서 엄마가 안고 있는데도
"엄마 안아줘" 하고 말하고
"지금 안고 있잖아" 하면
"두 팔로 안아줘" 하고 말한다.
아빠가 밥을 떠먹여 주면 안먹고
내가 밥을 떠먹여 주면
밥을 떠먹여 주느라 오른팔을 쓰고 있으니
안지 않은 것이 되어 "안아줘 안아줘" 하고 운다.
나는 화장실도 못가고 참다가
후딱 간다고 갔더니
화장실 문 앞에서 뒤집어 지면서 패악을 부리고 울었다.
결국은 애를 안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너무 힘들어서 TV나 전화기를 보여주면
보는 동안도 내 옆에 앉아서 보다가
슬슬 내 무릎에 올라와 내 다리를 끌어안고 앉아서 본다.
그런 후에는 자꾸 자꾸 더 보려고 하고 끄는 순간 무조건 운다.
토요일은 심지어 잠도 들지 못했다.
잠이 슬 들려고 하다가 갑자기 불안한지 깨어난다.
애 재우는데 2시간을 들여도 애가 안자고
결국 11시가 되어서야 애가 잤다.
난 너무 힘들어서 거실에 나와서
1시까지 딴 짓 하고 억지로 놀았다.
일요일도 내내 헬.
하도 울어서 거실에서 우는 걸 놓아 두고
방에 잠깐 들어갔더니
쫓아 들어온 애가 울다가 토했다.
애를 끌어안고 있던 나랑 애랑 다 젖어서
둘 다 씻는 수 밖에 없었다. 애를 안고 씻었다.
밥도 잘 먹지 않고 입에 들어간 건 뱉었다.
저녁 7시 반이 되어 나는 나가 떨어졌고
화를 계속 참고 달래기만 했기 때문에
폭발 직전이었다.
남편이 "드라이브 갈까?" 하니
아빠가 하는 건 모조리 싫다고 말도 하지 말라던 딸이
"응" 한다.
그건 갑자기 왜 좋았는지...
그래서 둘이서 마트에 가고
난 누워서 좀 쉬었다.
그리고 들어와서 애가 또 울기 시작.
나는 폭발.
방에 문 닫고 들어가 버리고
애는 또 계속 울었다.
9시까지 울고 내가 기운을 쪼끔 내어 달래자 잠이 들었다.
열도 없고 감기 기운도 없다.
배탈 같지도 않다.
짐작이 가는 건 금요일, 학회를 가느라
내가 아침 6시 30분에 집에서 나섰다.
애는 태어난 후 자고 일어나서 눈 떠보니 아침에 엄마가 없었던 건 그날이 처음이었다.
아빠가 '엄마한테 가자' 하고 데리고 나와서 어린이집에 데려갔고
애는 충격이 상당했던 것 같다. 30개월에 분리불안 아기가 되었다.;;;;
30개월쯤 되었으면 그런 식으로 출장을 가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동안 오후 스케줄 출장을 제법 다녀서
이젠 진짜 괜찮을 줄 알았다.
엄마가 없을 지도 모르니 딱 붙어서 떨어지질 않는다.
예전에 들었던 누구 누구 애가 엄마랑 떨어져 살다가 데려오니
엄마한테 너무 붙어서 떨어지지를 않는다는 소리 들었던 게 마구 생각나고.
하지만 겨우 하루에 이정도는 좀 심하잖아.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면 괜찮겠지.
하지만 주말은 헬이었고
남편은 계속 상처 받았고
나는 너무 힘들었다.
애는 계속 울었지.
우리 가족 왜 이런가.
목요일 어린이집에서
애가 "엄마 아빠가 데리러 오실꺼야" 라고 말하는데
선생님이 "엄마만 오실껄" 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랬더니 내가 데리러 갔을 때 애가
"엄마만 데리러 왔어" 하고 말했다.
애 발음이 '엄마마아아 데리러어 와써' 이런 식이라
뭔 소린가 했는데 선생님이 설명을 해 주셨다.
이 순간 이후부터 애가 "엄마만 좋아 엄마만 좋아" 하고 계속 말한다.
아빠는 계속 좌절 중이다.
내 육아의 가장 큰 고민은
애가 아빠에게 저리가 말하지마 하는 것이고
혼을 좀 내기 시작했는데
혼을 내는 것이 좋은 방법이 아닐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혼을 너무 안내어서 문제일 지도 모른다.
길을 정해야 하는데 갈피를 못잡겠다.
2.
2013년 봄에 참석하고 이번이 처음이었다.
학회는 즐거웠다.
분야도 바꿨고 나는 그저 그래도
이 일을 아직 잡고 있다는 것이 조금 기뻤다.
오랜 친구들이 여전히 있었고
(심지어 지도 교수도 멀리서 날아와 있었지.)
다들 반가워해 주었다.
싱거운 농담 따먹기와 놀리기를 하고
애기 사진 자랑질을 했다.
발표는 15분이니 눈 딱 감고 마쳤다.
나 말고 남들도 다 떨고 있는 게 느껴졌고
나만 이런게 아니라 남들도 다 그렇다는 생각을 계속 했다.
안 떨기 위해서 난 발표를 안한다고 계속 되뇌었다.
사람들이 "오늘 발표더라" 라고 하면 나는 "아닌데요" 하고 대답하고
옆에 있던 언니가 "얘 지금 현실 부정 중이예요" 하고
대신 대답해 주는 상황이 그냥 웃겼다.
3.
원래는 참석 하려고 했던 목요일 학회를
급 나빠진 컨디션 때문에 가지 못했다.
그날이 발표였다면 약을 몸에 마구 때려 넣고 올라갔겠지만
그 다음 날의 컨디션을 위해 쉬기로 했다.
일단 무리하지 않고 심지어 출근도 안하고
집 근처 의자가 무척 편한 카페에 가서
발표 연습과 책 읽기를 같이 하였다.
좋아하는 작가가 술 술 넘어가도록 쓴 책을 한권 다 읽어 버렸다.
흐리고 쿰쿰한 가을 날씨였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아주 좋은 기분이 들었다.
우리 집에서 하루를 살아도 예쁘게 꾸며 놓고 사는게 좋은데
나는 이 집에서 최소 2년 최대 4년을 더 살아야 한다.
예쁘게 꾸며놓고 사는 것이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