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20OKT
애는 편도선염에 구내염, 중이염이 한꺼번에 왔다.
편도선염이 너무 너무 심하게 와서 구내염 중이염도 같이 온 것이라고 했다.
중이염은 한두개 보이는 정도였지만
구내염에 해당하는 파인 자국은 너무 너무 커서
위 아래 입술, 양 볼 안쪽 모두
애가 너무 많이 아파했다.
애는 보채고 떼쓰는 것이 아니라
아파서 "아 아 아 아" 하며 앓는 소리로 울었다.
화요일 어린이집에 데리러 갔을 때
선생님께서
"스치기만 해도 울어요" 하시더니
화요일 오후에 컨디션이 정말 엉망이었다.
이렇게 아파하는 아기는 처음 보았다.
수요일에는 번개맨을 하루 종일 보았다.
내가 텔레비전을 보여 주는 게 싫어서
껐다 켰다 하긴 했지만
결국 애는 하루종일 울고 있는 상태고
번개맨을 켜면 울지 않고
번개맨을 끄면 아 아 아 아 하며 거실 매트에
힘없이 누워서 아프다고 울었다.
입에 들어간 모든 것을 아프다고
엉엉 울면서 뱉어 내었다.
수요일 저녁밥을
번개맨을 틀어놓고 주고
애가 "안먹어" 하면 번개맨도 껐다가
애가 "먹을래" 하면 번개맨을 켰다가
애가 "안먹어" 하면 번개맨을 껐더니
결국 저녁을 먹겠다고 했다.
누룽지 끓인 것을 살살 달래서 국물만 거의 따라서
밥풀 몇 개랑 같이 먹였다.
점심 밥도 거른 애가 그나마 번개맨 덕에 저녁은 먹었다.
배가 얼마나 고플까 싶었지만
뭘 안먹으니
나는 계속 애 한테 "** 먹을래?" 하고 물어보고
입에 넣고
애는 "아니. 안먹을래" 하고 대답하고 뱉는 것의 반복.
너무 너무 아파하니까 주기적으로 해열제를 먹였다.
열이 나는 건 아니지만 진통제 먹이는 셈으로.
그러다가 낮잠을 자거나 해서 간격이 생기면
또 너무 너무 아파했다.
아파서 쩔쩔 매는 걸
해열제 먹이느라 다리 사이에 끼고
버둥대는 양 팔을 눌러서
항생제도 먹이고 해열제도 먹였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미안했다.
목욜 아침은 일부러 푹 재우고
(남편은 일하느라 밤 새고 나갔지..)
아침에 일어나서
미역국에 밥 넣고 끓인후 가위로 마구 잘라
번개맨 틀어놓고 떠 먹이고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굴러댕기며 도망가는 애를
또 양 다리 사이에 붙잡아 끼고 약을 먹였다.
입 앞에서 손을 팔랑 거리면서
"매워 매워" 하는데 달래느라
"아 의사 선생님은 약을 달콤한걸 주지
왜 매운 걸 줬나" 하고 의사 선생님 탓을 한 말을
애가 그걸 고대로 따라서 말했다.
양치 시키고
입 안에 오라메디도 발라 주었다.
그래도 기운이 좀 있어 보였다.
그동안 씻지도 못했으니
아침에 목욕시키고 머리도 감기고
11시쯤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었다.
이불을 집에 가져왔다가 토해서 빤 기억이 났다.
집에 와서 이불을 다시 가져다 주고
집에서 출발하니 11시 30분.
내 입에는 아침에 물 한모금 넣지를 못했다.
뭐 그런 거지 뭐.
남편이
'00 생일에 태어나서 제일 아픈 아이를 끼얹었다'고 말했다.
맞는 말.
태어나서 제일 아파 보인다.
마음이 찢어지는데 저녁 9시 넘어가면
애 보살피는 나도 한계가 와서
우는 애 안고 나도 울게 된다.
우울감이 마구 올라가서 살기가 싫어졌다.
겨우 이정도 일에 이러나 싶은 마음이 한켠에 들기도 하지만
보편적인 엄마에 대해 논하는 것이 아니니까.
나라는 인간의 그릇은
이정도 일에 우울감에 빠지는 간장종지 멘탈이니까.
난 내 멘탈 그릇에 담긴 멘탈을 32세 전에 전부 다 써버렸다.
지금 가진 얼마 안되는 멘탈은 그 후에 남편이 채워 준거다.
오늘도 빨리 나가서 애를 보러 가자.
아픈데도 어린이집 가 있는 우리 애기.
남편은 화요일엔 하루종일 일이 있어 밖에 있었고
수요일에도 바쁘다. 목, 금 계속 바쁠 예정.
내가 버텨야 한다.
바이러스 덩어리인 아기랑 1cm의 거리도 유지를 못하고 있지만
내가 감기에 걸리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