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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216NOV

Pleia 2016. 11. 16. 13:36

애가 열이 난다고 전화가 왔다.


하루 종일 조마조마 하다 조금 일찍 나서서

애를 데리고 병원에 갔다.

대기인원도 제법 있었다.


애를 진찰 받고

약을 타고

집에 왔다.

애를 텔레비전 앞에 앉혀 놓고

밥을 40분간 떠 먹였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밥 떠먹이는 건데

애가 밥을 잘 먹으니

핸드폰 손에 쥐여놓고 (이건 정말 싫은데도.. ㅠㅠ)

밥을 먹였다.


그리고 8시에 퇴근한 남편과 같이 저녁을 먹었다.


남편은 나더러

"애가 목욕할 마음이 들도록 달래라"

라고 시켰다.

남편이 시켰으니 열심히 달래는데

애가 싫다고 울고 불고 난리라서

그 순간 빡 돌아버렸다.

에이씨 하고 방에 들어 가는데

남편이 "목욕 시키는 동안 옆에 앉아 있기라도 해라"

하고 불렀다.

또 핸드폰에 동영상을 틀어놓고 손에 들고 옆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또 애 닦아주고 안아주고 데리고 있다가

조금 쉬려고 들어갔는데

애가 방 문을 붙들고 울고 불고 난리가 났다.


그 결과 나는 지금 고장이 완전히 났다.


남편이 진짜 밉다.

일이 많고 몸이 피곤하면

집에서 쉬어서 컨디션을 조절해야 하는데

친구 결혼식 가고 싶다고

주말 육아는 혼자서 하라고 해 놓고

서울에 다녀온 후에 축농증에 걸린 후

자기는 육아에서 손 놓고

나를 종처럼 부리고 있다.


난 세끼 밥을 차리고 애를 혼자 보고

10초도 주어지지 않는 휴식 시간에

완전 고장이 났다.
그냥 정신적인 휴식시간이 필요한데
맨날 나를 마지막 순간까지 밀어 붙이고

고장이 나고 나면 그 후에야 고쳐 쓸 마음이 드는 모양이다.


도대체 왜 저 인간은 밥을 할 줄 모르는가.

왜 나는 아파도 집에서 밥을 한 끼 얻어 먹을 수가 없는가.

나는 아픈 것 같으면 얼른 약 먹고 나아야 하는데

집에 있는 저 부녀는

자기들 아프고 싶은 만큼 신나게 아프고

나를 부려 먹고 싶은 만큼 부려 먹고

몸이건 정신이건 어디 고장 날 때까지 노예 취급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