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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12DEC

Pleia 2016. 12. 12. 13:24

지난 일주일, 시간은 간다고 생각하며 겨우 겨우 버티고 버텼다.
막판에는 멘탈 완전히 망가진 채로 너덜너덜 딸내미랑 싸우면서
헉헉대고 8일을 보내었다.

8일 만에 돌아온 남편은 저녁을 먹으면서 내게 이기주의자라고 말했다.

언제나 무슨 말을 들어도 그 순간 화를 낼 줄 모르는 나는
그 자리에서도 뭐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계속 그 말이 떠오르면서
다른 사람도 아닌 남편에게 그 말을 들을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세상 사람이 전부 나한테 이기주의자라고 말해도
남편은 그렇게 말하면 안되지 않나.

8일동안 죽을 똥 살 똥 고생하면서
애랑 둘이서 지냈건만
돌아와서 좋은 말 하는 게 아니라
저렇게 말한다.

아침에 다른 걸로 속이 상했는데
결국 싸움을 시작하자 "이기주의자라며!!! 뭘 바래!!!!" 하는 소리가
내 입에서 터져 나왔고
어떻게 나한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냐고 하자
늘 그렇듯이 미안하다거나 속상해 하지 말라거나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왜 이기주의자인지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만 주구장창 해댔다.
너가 이래서 이기주의자고 저래서 이기주의자고
이렇고 저래서 이기적이다.

그래서.
그동안 남편 밥 챙기고
남편 아프면 밥이랑 약 챙기고
애를 키우고 밥해서 먹이고 보살피고

내가 행복한 것과는 무관하게

나를 소홀히 하며 지냈던 날들은 다 지나간 시간으로 만들어 줄 참이다.

남을 보살피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가진 것도 없는 주제에
남한테 폐는 끼치지 않으려고 엄청나게 노력하며 살아 왔는데
이기주의자 소리를 듣다니 견딜 수가 없다.
내가 남의 돈을 사기 쳐서 내 등록금을 냈나
나쁜 짓을 해서 내 밥을 사 먹었나.

내 존재 자체가 이기적인 거라고 하면 할 수 없는 노릇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