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27FEB17
1.
내 가장 오랜 친구의 딸과
내 딸이 만나자마자 베프가 되어서 같이 꽁냥대는 모습이
뭐라 말할 수 없이 감동적이었다.
가까이 살았다면 애들을 같이 키우고 있겠지.
둘은 처음으로 만났다.
그것도 겨우 두 시간.
친구 딸은 돌, 나는 만삭일 때 한 번 보고
그 후에는 애는 두고 가끔 한 번씩 만나고.
이번에는 49개월, 35개월, 7개월 된 애들을 데리고 만났다.
키즈 카페에서 노는 두 시간 동안 애는 나를 찾지 않았다.
나는 이게 진짜로 괜찮은 건가. 애가 정말 나를 안 찾는 건가 신기해 했다.
몇 번 내가 애를 찾으러 갔다.
내게 쫓아올 때는 "언니야는? 언니야는?" 하며
같이 놀다 어딘가로 간 언니를 찾았을 뿐이다.
키즈카페에서 나왔을 때도
"드레스 입고 콩콩 뛰어서 정말 재미 있었어!"
같은 이야기를 내게 또박 또박 하며
친구 딸이랑 둘이 딱 붙어서 걸었다.
친구가 "여기 여름에 수영장 만드는데
와서 같이 놀면 좋을 텐데." 하고 이야기 하자 그걸 알아 듣고
"해가 나면 시소도 타고 그네도 타고 같이 수영장도 가자!"
하고 친구 딸에게 새끼손가락을 내밀며 둘이서 약속을 했다.
할머니 할아버지 앞에서는 말을 한 마디도 안 하더니
친구 딸 앞에서는 어찌나 수다를 떨어 대는지 우스웠다.
둘이서 똑같은 짓을 하면서 좋아 했다.
역시 내 딸은 나랑 사람 취향도 같은 모양이다.
2.
"할아버지 집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많이 있었지?"
하고 애한테 이야기를 했더니 애가 그런다.
"합버러지 두 마리!"
웃겨서 굴러댕김.
울 아빠랑 고모부가 계셨다.
한 번은 아빠랑 전화를 하고 나니 애가 말했다.
"아빠는 여기 있는데 왜 아빠라고 해?"
"엄마한테는 할아버지가 아빠거든."
애는 어렵겠지.
3.
사촌 결혼식은 10시쯤 출발했고
2시쯤 도착할 줄 알았는데
3시 결혼식에 닿지 못해
3시 20분에 도착해서 겨우 겨우 사진만 찍었다.
남편은 주차 하느라 사진도 못 찍었다.
애를 데리고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했다.
애가 저녁에 잠 자면서
"사람들이 많이 많이 ㅇㅅ이한테 와서 인사했어."
하고 말했다.
애 낳은 후에는 처음으로 친척 모임에 참가한 듯.
그 다음에는 이번에 결혼한 사촌의 여동생이 결혼할 때 정도?
애를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아무 것도 못 먹고 차가 너무 막혀
신경을 많이 쓴 탓에
아주 당연하다는 것처럼
저녁에는 급체에 탈 나서 난리를 피웠다.
남편은 날 보고 '니가 그렇지 뭐. 당연하다. 그러려니.' 이런 반응.
애는 나를 보살펴 준다며 누르고 옆에 와서 붙어 있고?
4.
어린이집 1층은 졸업하고 이제 2층에 갈 예정이다.
그런데 아기 말이
위층 선생님이 모두 너무 무섭다고 한다.
내가 그렇구나. 어쩌지. 이러고 있는데
남편이 "안 무서워. 친해지면 안 무서울껄!"
하니까 애가 마구 화를 낸다.
"아니야! 내 말이 맞아. 왜 아빠는 그런 말을 하는 거야."
난 애가 화내는 것이 웃겨서. 애 뒤에서는 웃었다.
뭐 맞는 말이다.
자기가 무섭다는데 남들이 안 무섭다고 해봐야 소용이 없지.
아침에 원장님 만나서 마구 걱정의 말을 늘어 놓았다.
"3월 되면 적응하러 올까요?" 하고 물었더니 펄쩍 뛰셨다.
열성 학부모다. -_-;
뭘 가르쳐 달라는 생각은 안 하지만
애가 무섭다고 생각하는 건 신경이 많이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