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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15MARZ

Pleia 2016. 3. 15. 11:48

1.

14일 저녁.

어린이집 데리러 가니

미끄럼틀에 고인 물에 바지가 젖었다고 했다.

내복만 입고 있던 애를 집에 가서 바지를 입혀서

"우리 계란사러 갈까" 하며 슈퍼에 갔다.

 

바지 입힐 때 "쿠량마지" 같은 소리를 하는데

못알아 들어서 "크롱?" "크다고?" 하며 또 스무고개를 하다가

"구름 바지?" 했더니 엄청 활짝 웃으며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응~!" 하고 말했다.

바지와 한벌인 티셔츠에 구름 무늬가 있어서

입힐 때마다 구름 구름 하며 입혔더니

구름 무늬 없는 바진데도 "구름 바지" 라고 한 것이다.

난이도 상상의 문제를 맞추고 나면 나도 기분이 좋다.

 

"토기양 이부이양 마트 가래"

(토끼랑 이불을 들고 마트에 가겠다)

하길래 "과자 사면 손에 들어야지. 이불은 놓고 가자" 했더니

좋다고 이불은 놓고 토끼만 들고 갔다.

"토끼양 엄마양 유츄이양 마트 가자. 이나 안돼. 저리가~"

(토끼랑 엄마랑 마트가자. 친구는 안돼. 저리가.)

친구 중 이나는 꼭꼭 안된다고 말한다.

아마도 이나랑 제일 친한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노때슈퍼마뜨 가서 개양 샬래~"

하는 애를 데리고 슈퍼에 갔다.

울 애가 태어나서 처음 알게된 브랜드가 노때인 듯.

애한테 대 놓고 노때라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노때슈퍼, 노때마트, 노때아울렛을 열심히 댕겼고

남편이랑 늘 이야기를 했을 테니 알게 된 것이다. OTL

지난 2년은 어쩔 수 없었다.

온도가 관리가 되는 비 바람 없는 산책로가 근처에는 그것 밖에 없었다.

 

슈퍼 갈 때마다 그 전에는 거들떠 보지도 않던 과자 코너에 가서

애가 사달라는 과자를 사준다.

애 과자값은 벌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것도 못 사주리 싶다.

이번에는 섀우 까까를 사달라고 하였다.

그러고서는 내게

"엄마는 먜우까까 샤알래?" 하고 물어본다.

 

처음에는 저런 표현이 어리둥절 하고 발음도 명확한 것이 아니니

먜우까까가 뭔가 한참 헤매다가 (만두???)

겨우 알아 들었다.

 

애는 내가 매운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먹는 것 자기도 달라고 해서 먹어보면 매운 경우가 많았으니까.

 

애한테 안주고 내가 먹는 건 다 매운 건데다가

얼마 전에는 남편에게 초콜렛을 주면서

애 안주려고 이것도 매운 거라고 "매워 매워" 했다.

마침 ㅎㅇㅌㄷㅇ라 온통 사탕과 쵸콜렛이 쌓여 있자

나더러 매운 까까를 사라는 것이었다.

 

하여간 뭐 이렇게 귀여운 생명체가 있나 했다.

 

집에 오는 길에는 친구들 이름 하나씩 다 넣어서

"**랑 무슨 이야기 했어?" 하면

"파~" 하고 까르르 넘어가길래

나도 동시에 파 하고 외쳐 줬더니 좋아 죽으려고 했다.

"파" 발음이 재미 있나?

차에서 내내 하고 대문 열기 전까지  친구들 이름 바꿔 넣어가며 이야기.

몇 번은 애가 다른 이름을 말해 주기도 했다.

난 빨리 다른 친구 이름 외워야지.

 

저녁 먹으면서는 애가

당신은 누구십니까 노래를 불렀다.

애가 뭐라고 하고 있는데

내가 또 금방 알아 듣고 노래를 불러 주었다.

나는 머릿속에 삼십년간 파묻어 놓았던 노래를

애 덕에 발굴해서 부르고 있다.

가사가 맨날 기억이 안난다.

그 뭐지 뭐지 하면서 불러야 한다.

우리 아기 참 많은 노래를 배웠구나 했다.

 

슈퍼에 파는 새우를 사서

버섯 다져서 한팩 다 볶아 줬더니

그걸 맛있다고 다 먹어 치웠다.

반 먹고 반은 내일 이런거 없이 완전히 다.

메추리알 두 개 먹고 단무지 여덟개 먹고

밥이랑 다진 버섯 먹고

요플레 먹고

바나나 반 넘게 먹고

우유 내가 먹으려고 좀 따른 것

자기도 컵에 먹겠다며 가져가서 세 번 부어 마시고

물도 달라고 해서 먹고

꼬까ㅋ 먹고

메츄리알 한 개 더 먹는 다고 해서 또 주고

파 먹는 다고 해서

"도대체 얼마나 더 먹나 보자" 하며

빵 가져와서 안에 팥을 숟가락으로 떠 줬더니 안 먹는다고 했다.

 

그러고 애가 자다가 토했다.

엄청나게 미안했다.

애가 적당히 먹게 둬야지

잘먹네 이거 뭐 일케 잘먹냐하며 계속 먹이다니

완전 바보 엄마 아냐.

겨우 재운 애가 다시 일어나서 "안아줘 안아줘" 했다.

 

이불, 베갯잇 다 치우고 내 옷이랑 애 옷이랑 다 갈아 입고

업어서 재웠다.

 

 

 

2.

저녁에 윱튭티비로 틀어 주려고 했더니

"짹짹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완전히 뭔지 모르겠어서 멍 때렸는데

애가 "아아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ㅇㅈㅊㄱ 의     ㅇㄴㅂㅌㅇㄹㄴ을

ㅕ ㅏ ㅣㄴ ㅜ  ㅗ ㅡㄹ ㅜ ㅓ ㅜ ㅣ ㅡㄴ

중간 부분에 메인 보컬이 "아아~" 하고 코러스 넣는 부분이 나오는데

그걸 "아아 노래" 라고 한다.

그걸 검색해서 무대를 틀어주니 또 아니란다.

티비 앞으로 가서 뮤비를 꼭 집기에

설마 이거? 하며 틀어 줬더니

앞부분에 새가 짹짹 하는 효과음이 나왔다.

그래서 짹짹 노래였던 것.

 

얘는 왜 이렇게 짹짹, 멍멍, 야옹 소리를 잘 듣는 건지

정말 멀리서 개 짓는 소리가 나도 "멍멍" 하고 알아 듣는다.

그게 개 짓는 소리인 건 어떻게 아는지 나도 신기할 정도.

애가 멍멍 해서 가만히 귀 기울이면 멀리서 개짓는 소리가 들린다.

 

 

 

 

3.

아침에 애가 완전히 속이 상했다.

일어나서 씻을 때까지는 괜찮았는데

머리 감고 나온 엄마가 화장하고 머리 말리고 옷 갈아입고

집 치우고 정리하고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남편은 집 치우는 것 하면서 짜증 지수가 마구 올라가는 것이 느껴졌다.

 

애는 나한테

"엄마 ** 가치 하래?" 하는 소리를 십만가지를 백만 번 했다.

그래도 아무 것도 안해주니 너무 속이 상해서

눕고 울고.

이유를 알고 짠하고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아침이었다.

담엔 아침에 버캐매를 틀어줄께.

 

이불은 놓고 갔지만 토끼는 데리고 갔다.

 

 

 

 

 

4.

13일 저녁 재우면서

 

**에게 말 이쁘게 했어? 아니~

**에게 말 이쁘게 했어? 아니~

**에게 말 이쁘게 했어? 아니~

**에게 말 이쁘게 했어? 아니~

아빠한테 말 이쁘게 했어? 아니~

엄마한테 말 이쁘게 했어? 응~!

 

저건 우연히 물어본 건데

저런 종류의 문답이 오감.

확실히 울 애기는 나한테만 말을 이쁘게 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사람까지 말 이쁘게 하는 건 아직 낯가림이 있으니 사실 무리고

아빠한테 말을 이쁘게 하면 참 좋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