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07AUG17
딸은 훌륭하다.
기차를 타도 떠들거나 돌아다니지 않는다.
주로 얌전히 앉아서 과자를 먹고 나랑 이야기를 한다.
내가 "기차는 저기 돌아다니는 아저씨 꺼야." 라고 말하며
승무원을 가리키면 그 말을 믿고 얌전해 진다.
이번에는 탭에 만화를 넣어 갔더니
보면서 잘 앉아 있고 퍼즐 게임도 열심히 했다.
내가 좋아하던 게임을 애도 좋아한다.
뭐가 안 되면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될 때까지 끈질기게 하고
그것이 아이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한다.
자판으로 자기 이름을 칠 줄 알게 되었다.
휴대폰, 탭 자판을 눌러서 계속 자기 이름을 쓴다.
너무 신기하다.
가르치려고 한 적도 없는데,
이름을 궁금해 하고,
어떻게 쓰는지 자기가 궁금해 하고,
종이에는 잘 못 쓰더니 휴대폰으로는 척척 쓰고.
"엄마가 우리 애기 선물 샀지!"라고 말하며 애가 좋아하던 책의 시리즈를
두 권 더 사서 주었더니 좋아했다.
그랬더니 "선물" 이란 단어에 꽂힌 듯.
아빠에게 과자를 주면서
"이거 내가 아빠한테 주는 선물이야.
내가 아빠를 사랑해서 주는거야." 라고 말했다.
"엄마 텔레비전은 엄마가 아빠한테 선물로 준거지?"
하고 묻는다.
애가 티비를 보느라 떼를 쓰고, 아빠 못보게 해서
"이 티비 아빠꺼야. 엄마가 아빠한테 선물로 줬어."
하고 말한 적이 있는데 도대체 언젯적에 말한 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오늘 아침) 이야기 한다.
정말 오래 된 일도 기억하지만
정말 금방 까먹는다.
아이의 기억력은 신기하다.
아기의 이 시점 기억이 커서는 남지 않는다니
그것도 아쉽고 신기하다.
나한테 뽀뽀도 진짜 백번쯤 해준다.
나를 안아주고 사랑해 준다.
아빠에게 삐지면 한참 가지만
엄마에게 삐지면 1분을 못버틴다.
엄마 안경에 스티커 붙이려고 하다가
내가 "그건 안돼." 하면 삐진다.
삐진 다음에 하는 짓은
금방 풀리거나
엄마가 안된다고 했는데도 "아빠 싫어!" 하던가.
아기 어린이집 여름 방학이라 다 같이 휴가를 다녀왔다.
여름 휴가는 에어컨 켜져 있는 방이 짱이라는 것을 알았고
집에서도 에어컨을 좀 더 돌려야겠다고 결심했다.
전화 하면서
"아가 더워?" 하고 물었더니
"그래서 시원한 칸쵸를 먹고 있지!" 하고 답했다.
그게 뭐야 완전 엉터리. ㅎㅎㅎㅎ
"엄마가 보고 싶어." 하고 말하니 "금방 갈께." 하고 애가 대답했다.
이 무슨 엄마 아기 바뀐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