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1317
아기가 이쁘다고
맨날 맨날 생각해 왔는데
이번 주말에는 콩깍지가 좀 벗겨 졌다고 해야할까...
고슴도치 엄마의 시각이 아니라 그냥 남의 시각이 생겼다고 해야할까.
그것도 아니면 애가 또 좀 자라서 못된 짓들을 제대로 하기 시작한 건지...
아기가 아니고 하나의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보니
완전 진상이 하나 자라 있었다.
참아줄 수가 없는 지경이었다.
맘에 안드는 일이 생기면 울고 발버둥을 치며 떼를 쓴다.
정말 사소한 일.
드레스를 입고 밀대로 집 청소를 하겠다고 하길래
드레스를 벗고 청소를 하거나
드레스를 입고 청소를 하지 말거나
두가지 중 하나를 하라고 했더니
그냥 이거 할래 저거 할래 안할래 정도가 아니고
펄쩍펄쩍 뛰고 구르면서 울었다.
밥을 전혀 먹지 않는다.
예전에는 밥 차려주면 어느 정도는 먹는 편이었는데
자신은 아기라고 주장하고 앉아서 버티면
결국은 엄마 아빠가 먹여줄 것을 알고 있으므로 절대로 먹지 않는다.
어차피 우리가 떠 먹여 줄 꺼라면 잘 받아 먹기라도 하면 좋겠는데 입 꾹 다물고 절대 안먹는다.
오히려 예전보다 밥 먹는 양은 훨씬 늘었는데
전혀 스스로 먹지 않으니 우리가 더 긴 시간 더 힘들어 하게 된다.
난 정말 애 밥 먹여 주는 걸 힘들어 하기 때문에
이게 진짜 너무 너무 긴 시간 면벽수련하는 기분이다.
옷 입히려고 하면 장난 치고 딴데 보고 절대로 협조하지 않는다.
애가 그렇지 하면서 늘 나를 잘 달래면서 해 왔는데
이젠 날 달래는 것이 우스울 정도로
애가 나를 가지고 노는 것 아닌가 싶을 지경이 되었다.
가을탐. 못나감. 신체 컨디션 안좋음.
등등이 겹쳐서 꿀꿀하던 차에
애의 진상짓이 겹쳐서
내가 빡 돌았다.
내가 하는 짓이 옳지 않음을 아는데도.
그래도 남편이 있어서 애랑 직접 많이 부딪히지는 않았고
화가 날 때 다른 쪽으로 피해 있었다.
어떻게 해야 이런 상황을 잘 넘길 수 있을까.
간장종지만한 그릇의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