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30JAN18
1.
애는 정말 빤히 들여다 보이는 수를 쓴다.
아침에 커피집에 가서 내가 주머니에서 폰, 차키, 지갑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꺼내는 순간 나도 아차 싶었다.
예전에 한동안 커피 기다리면서 게임 같은 걸 시켜준 적이 있었다.
애가 한 번 전화기를 내려 놓으면서 울며 불며 한 후로
당분간은 전화기를 시켜주지 않기로 했고 그 후에 나는
전화기를 애 눈에 안띄게 하는 편이다.
애가 전화기를 보면 당연히 하고 싶어할 것이기 때문이다.
애는 내게 "게임 하고 싶어!" 하고는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
왜 그런지 모르겠다. 분명하게 말하면 좋을텐데
모든 수가 보이는데도 일단 한바퀴 돌아서
"뭐 하고 기다릴까?" 하고 내게 묻는다.
그러면 나는 다 알아 들었지만
못알아 들은 척 하고 주위를 휘휘 둘러보다가
물 마시는 종이컵 두개를 가져다가 애 앞에 놓고
쌓으면 애가 엄청나게 좋아한다.
이것이 또 아기 스럽다.
전화기를 꼭 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엄마가 뭔가를 해주면 전화기로 게임 할 때만큼이나 좋아한다.
2.
지난 주부터 새로 하는 것
갑자기 엄청나게 사부작 사부작 뽀뽀를 많이 해준다.
어린이집에 데리러 가면 애 키가 내 배정도 높이다.
내 배에 마구 뽀뽀 세례를 날린다.
잘 때 품안에서 잠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리에 누워서 잠이 들었다.
보통은 내 팔을 꼭 끌어 안고 품에 쏙 들어와서 잠이 들면
내가 애를 자리에 옮겨 놓았다.
며칠간은 자기 자리에 누워서 나를 보면서 잠이 든다.
품에서 나가니 또 좀 신기하다.
대화가 좀 된다.
나: 옛날에는 토요일에도 일했어.
아기:힘들지 않았어? (대꾸가 너무 멀쩡해서 놀램.)
또 어느 날의 아기
아기: 일하느라 고생 많았어.
3.
삐진다.
자려고 누워서 남편이랑 한마디만 해도 화를 내어서
"왜 화를 내는거야. 나랑 이야기 하자 해야지.
너 화내면 엄마도 화나." 라고 말하니 갑자기
엄청나게 애교를 부리는 목소리로 말해서 우스웠다.
밥 먹을 때도 밥상 차려놓고 남편에게
"밥 잘 먹어." 하니
"나도 말해줘!" (나에게도 그렇게 말해줘) 하고
애가 옆에서 말했다.
엄마 옆에 앉아 있고, 모든 애정을 독차지 하고 있으면서도
남편에게 말 한마디 하는 걸 못견뎌 한다.
4. 그래도 엉뚱한 짓을 많이 해서 웃기다.
내가 누워 있으니 방에 들어와서
"엄마 일어나라고 커텐 쳐버렸어!" 하면서
블라인드를 올려서 빵 터졌다. 커텐을 치는 것이 뭔지 모른다.
체중계에 올라가서 숫자가 뜨면
"키 많이도 컸다!" 이런다.
으하하하. 체중계가 키 재는 거냐.
역시나 귀여우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
자다가 일어나 앉더니
"볼 수 있어. 끌 수 있어." 하고 잠꼬대를 했다.
꿈에서 텔레비전을 보겠다고 협상 중인 모양이었다.
안아서 자리에 눕히고 "그럼 그럼 엄마 딸이 할 수 있지."
하며 오구오구 귀여워서 남편한테 말해 줬는데
남편은 애가 티비 좋아하는 걸 안 좋아 한다.
맨날 "뭐가 되려고 저러나" 하고 말하는데
난 그냥 아직 세살짜리 아기라서 저런다고 생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