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20FEB18
1.
어느 가게에서
애가 지갑을 가지고 싶다며 사달라고 졸랐다.
애가 갖고 싶은 것과 내가 사주고 싶은 것이 일치하면 참 좋을텐데
그게 늘 그렇지 않고, 애한테 갖고 싶은 물건을 얼마나 사주어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으니 늘 고민하게 된다.
일단은 다른 것도 좀 보자면서 그 가게를 빠져 나왔다.
애는 계속 삐지고 울고 그 물건이 갖고 싶다고 말하고 자기 의견을 어필하였다.
결국 지갑을 사주기로 하고 다시 가게로 돌아갔다.
애가 샘플 지갑을 들고 나오길래 이게 아니라 박스 안에 같은 물건이 들어있다고 보여주면서
새 물건을 가져 왔다.
새 물건을 계산하고 열어 보더니 애는 다시 울상이 되었다.
알고 보니 샘플 지갑 안에 넣어놓은 핸드폰, 카드, 통장, 열쇠 같은 것이
갖고 싶었던 것이다. 샘플 지갑 안에 들어 있는 휴대폰 모형에 마음이 완전히 뺏긴 건데
휴대폰 모형은 당연히 휴대폰 처럼 생겼지만 휴대폰이 아니다.
그러니 마구 마구 떼를 쓴다.
지갑을 사달라고 떼를 쓰고
지갑을 사주니 지갑 안에 내용물이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떼를 쓰고
우와 진짜 늘 새롭다.
얼른 내 가방에 들어 있던 아기 휴대폰 장난감과
내 지갑 속에 들어 있던 명함 한 장, 동전, 내 사진을 넣어 주었다.
2.
애가 기저귀를 뗀 건 맞는지.
12월 20일경부터 계속 똥은 팬티에 싸는 것 같다.
항생제 먹는 아기 팬티 빨기 시작한 이후로 어제까지. 계속.
어젠 똥을 싼 팬티를 입은채로 어린이집에서 집으로 왔고
내가 애를 씻겼다. 이때까지는 웃으면서 했지.
집에 와서 두번 더 똥을 팬티에 쌌다.
두번째는 웃지 못했고 세번째는 너무 화가 났다.
애 궁둥이를 뚜드릴 것 같아서
애를 지키기 위해 흥분한 나를 애로부터 차단했다.
내가 많이 두드려 맞고 컸기 때문에 애를 때리는 걸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다.
절대로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피곤했던 명절 바로 다음 날 퇴근 후면 나도 제정신이기 어렵다.
그냥 팬티를 한 세트 더 질렀다.
강력한 세제나 마련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