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12MAR18
1.
새벽 네 시 품 안에서 자던 아기가 열이 났다.
괜찮나 하던 참에 꼼지락 대던 아기가
"열이 나는 것 같아." 하고 말했다.
애가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다.
38.2도. 해열제를 먹였다.
애는 쉬도 하고 물도 먹고 장난감도 세 개 주워서 정리를 했다.
내게 이야기도 했다.
" '엄마 팔'이 내 자리로 내려오면 내가 자다가 안아줘."
저 문장이 너무 귀엽다.
난 애가 나랑 붙어 있어야 잠을 잘 잔다고 생각했다.
내 다리를 발로 밀면서 자거나
머리를 내 어깨쪽에 붙이고 자거나
내 팔에 붙어서 자거나.
그런데 애는 어른 침대보다 조금 낮은 자기 침대로
내 팔이 내려오면 자기가 안아주는 것이었다.
애랑 나는 끌어안고 뽀뽀하고 사랑의 밀어를 주고 받으며 꺄아꺄아 거리면서 산다.
2.
사탕을 무게 단위로 파는 가게에서 사탕을 사주지 않기 위하여
"저건 매운 사탕이야." 하고 언젠가 내가 거짓말을 했다.
언제가 만난 애 친구가 아이에게
"나 김치 먹을 줄 안다~" 하고 자랑을 하자
애가 눈이 뚱그래져서 내게 쫓아오면서 말했다.
"엄마~! 00는 매운 거 먹을 줄 안대. 저 사탕 사주자아아!!!"
으하하하하 웃을 수 밖에 없었다.
3단 논법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도 웃기다.
00는 매운 것을 먹을 줄 안다. 저 사탕은 맵다. 00는 저 사탕을 먹을 줄 알 것이다.
의심이 없다. 저 사탕은 달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없고
내 말을 절대적으로 신뢰한다. 이럴 때 내가 어떤 사상을 주입하면
얼마든지 평생 가는 사상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안나는 것 같은데." 하니 애가 심각하게
"둔해서 그런가?" 그랬다.
저 말은 또 어디서 배운거야. 킬킬킬
어디서 들은 표현을
적재 적소이지만 이상하게 써 먹고 있어서 너무 웃기다.
발음도 꽤 정확한데
"페달을 발브고" 하는 식으로 발음을 할 때 신기하다.
나는 '페달 발꼬' 뭐 이런 식의 발음을 쓰는 것 같은데
애는 이중 받침 뒷부분을 아주 정확하게 알고 살려서 연결해서 쓴다.
이걸 어떻게 아는 건지, 혹시 내 발음이 저런 건지, 이동네 사투리를 배운 건지
몹시 궁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