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27NOV18
26일 저녁에 애가 좀 많이 울었다.
우는 이유가 있긴 했지만
내가 볼 때 첫 번째는 배가 고파 울었고 두 번째는 졸려서 운 거다.
그래서 울 때도 많이 혼내거나 단호하게 하거나 하지 못했다.
침대에 누워서 가만히 있고 말 안 하기 놀이를 하기로 했는데 (애가 제안)
"엄마 누가 1등이야?" 이러고 물어서
"우와 00이가 3등이야!" 했다가 애가 울기 시작.
달래도 애가 자꾸 삐져 있었다.
달래다 지친 내 헛소리
"너 자꾸 울면 엄마가 엄마 안한다.
너 자꾸 울면
엄마가 엄마 아니고 아빠야.
아빠가 엄마야."
라고 말했다.
당연히 반 농담으로 웃으며 한 헛소리.
당연히 "그게 뭔 소리야 엄마가 엄마지." 이런 말이 나와야 할 텐데
아는 것이 엄청나게 많아졌고 사람 같아 졌는데도
여전히 미물인 딸내미가
"안돼 안돼 엄마가 엄마 해야 돼. 엄마가 아빠 하면 안 돼. 엄마가 엄마야 으앙"
하고 발버둥 치며 서럽게 울었다.
난 이미 빵 터져 있었고 남편한테
"자 엄마가 가서 좀 달래봐." 라고 말하자
애가 또 "안돼 안돼 아니야" 하고 발버둥 치며 서럽게 울었다.
난 "자 아빠는 나가서 애기가 안 울면 들어 오께." 라고 말하고 거실로 나왔다.
조금 후 진정이 된 아기를 안아주고 물 마시러 같이 나오자 애가 씩씩하게 말한다.
"엄마 내가 다음에 또 짜증 내고 울면 엄마가 아빠 해."
"그래 그러자."
그리고 애 재우고 나서 미친 듯이 웃었단 이야기
내 말을 의심하는 방법을 모른다. 농담도 다 진담이 되는 세상.
잘 때는 처음에는 거꾸로 누워 자겠다고 누워 있다가
엄마 보고 싶다며 베개에 바로 누워서 잠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