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26MAI
1.
딸내미는 질투쟁이다.
아주 쪼그맣고 말수는 많지만 발음도 잘 못하는데
이렇게 질투쟁이일 수가 없다.
어린이집에 들어가면
친구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인사를 한다.
"아이고 ** 이쁘구나" 하면
선생님한테 안겨서 완전 뽀로통한 얼굴로
"아닌데 내가 이쁜데" 하고
"아이고 00 오늘 이쁜 원피스 입었네" 하면
또 뽀로통한 얼굴로
"아닌데 내가 이쁜 옷 입었는데" 한다.
난 애 친구랑 인사 하느라 잠깐 다른 애기를 보고 있었는데
그 사이에 벌써 삐진 거다.
그러면 "아이구 그럼 울 애기가 젤 이쁘지"
"아이구 그럼. 울 애가 원피스 이쁘지" 하고 대답해 준다.
난 우리 애기 엄마니까.
아빠랑 손잡으면
"나도 숑 잡을 꺼야" 하고
아빠랑 이야기 하면
자기가 이야기 하고
아빠가 어디 아프다고 해서 들여다 봐주면
"나도 아픈데!"
그러고 아빠가 내 무릎 베고 누우면
"끼아아아!" 하고 쫓아와서
남편을 위협해서 몰아내고
자기가 무릎에 발라당 눕는다.
꼭 콩벌레 뒤집힌 것 같아 웃기다.
2.
애 몸이 귀엽다.
이젠 더 이상 아기가 아니라
포동포동함은 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아기 몸.
이런 저런 몸이 다 귀엽다.
그리고 옛날보다 두배로 자라서
침대에 누워 자는 것을 보면
차지하는 공간이 두 배로 길어져서 맨날 놀란다.
3.
세 식구 저녁에 마트에 가다가
내가 근처 초등학교 이름을 주욱 읊으며
(어느 학교 근처로 이사갈 지 맨날 궁리 중이다.)
"아가 어디 가고 싶니?" 하고 물었더니
"마트!" 그랬다.
그러게 말이다. 엄마가 그런 당연한 대답을 놓아 두고
무엇을 고민하고 있단 말이냐.
마트에 갔다.
어린이집 끝날 즈음에 초등학교 근처로 이사 가고 싶다.
4.
"까치 잡으러 갈까?" 하면
"날아가 버릴 꺼야" 하고 대답한다. 대화가 되는 딸.
5.
번개매 옷 입고 너무 행복해 하는 아기.
저녁에 벗기고 잠옷 갈아입을 때는 펑펑 울었다.
버개매 옷 입고 마트 가면서
"사람들이 우와 번개매이다 하겠다" 라고 했더니
나중에 장화를 신고
"장화 신으면 사람이 와 하게써" 하고 말했다.
내가 하는 말은 다 배운다.
26일의 패션은
반팔 원피스에 장화와 털장갑.
여름과 겨울, 맑은 날과 비 오는 날이 공존하는 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