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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14JUN

Pleia 2016. 6. 14. 15:15

미국에서 애를 키워본 것이 아니라 알 수는 없지만

거기서는 대체적으로 애를 보는 공기가 온화했던 것 같다.

대학원 연구실에 맨날 딸을 데려오던 애가 있었지만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고 누가 더 애를 잘 봐주나

잠깐이라도 놀아주고 말이라도 걸어주려고 했던 것 같다.

 

마트에서도 버스에서도 마찬가지.

 

 

요즘 애를 키우고 있으면

노키즈 존에 맘충 같은 단어가 들어간

글을 맨날 봐야 한다.

 

원래도 폐끼치는 것 극도로 싫어하는 편이지만

애를 데리고 다니면 어쩔 수 없이 폐를 끼치게 되고

(애가 잘 걸어가다가 갑자기 마트에서 울음을 터뜨리면

나는 캐당황 어쩌지 어쩌지)

그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한 것 같다.

 

학생식당에서 애랑 밥을 먹는데

애가 의자를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으면

아무도 뭐라고 하지는 않지만

주변 사람들이

애가 신발을 신고 의자를 오르락 내리락 하는 걸 보면서

전부 다 욕하고 있을 것 같은 스트레스를 받는다.

밥 다 먹고 의자까지 말끔히 닦아 놓고 나오지만

내가 깔끔하게 굴어 봤자

애를 보는 시선이나 공기가 다정하지 못한 것 같아

늘 마음이 좋지 않다.

 

남편은 그런 게시판 좀 가지 말라고 하지만.

그런데 안가면 또 재미가 없다.

친구도 없는데 글이라도 읽어야

이야기꺼리가 들어온다.

 

나는 된장녀, 김여사, 맘충

카테고리에 모두 해당하는 듯.

 

예전에 남편이랑 어느 가구점에 갔을 때

14세 이하 출입금지 라고 적혀 있는 것을 보고

애가 14세가 될 때까지는

저 가구점에서 가구를 못 사겠네 하고 이야기를 했다.

 

애가 그냥 떼를 쓰고

나는 애랑 둘이 있는데

그냥 혐오에 사로잡힌 누군가가

우리를 겨냥해서 패악질을 한다면

난 싸움에서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이다.

우락부락 덩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싸움을 잘하는 것도 아니니까.

애를 온화한 공기에서 키우고 싶은데

내가 부모로 살기 어려운 곳에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