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D0101MARZ
ㅁㅎㄷㅈ에서 ㅇㅌㅎ가 말했다.
마음 속에 단어를 많이 담아야 한다고.
아주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했다.
어느 분야를 알아간다는 것은
그 분야의 용어를 많이 알고 이해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인문학이나 철학공부를 하면 좀 좋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역시나 ㅁㅎㄷㅈ에서 ㄱㅎㅈ이 말했다.
"일과 육아를 다 잘하고 싶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번쩍 깨달았다.
난 왜 지금까지 이런식으로 생각한 적이 없을까?
내가 지금까지 생각한 것과 오묘하게 다르다.
눈이 뜨이는 느낌이었다.
애를 키우면서 의무나 책임감, 잘해야 한다 하는 방향에서만 생각했을 뿐
"육아를 잘하고 싶다" 라고 표현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다해 그런식으로 행동해 놓고
그걸 내 욕망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애를 낳고
육아서를 열다섯권 쯤 읽고,
온갖 글과 정보를 읽고 공부하고,
필요하다는 물건을 사고 모으고,
일을 줄여왔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좋은 집,
남편과 내가 함께 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았다.
애 앞에서 스마트폰을 손에 들지 않고
엄청나게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날이 꽤 추워도 하루 한 번 넘게
꼭 손잡고 밖에 나가서 산책을 하려고 한다.
오늘도 커피집 앞에 데리고 나갔고
넓은 잔디밭에서 뛰어 놀았고
놀이터에 데리고 갔다. 놀이터는 바람 불고 너무 추워서
미끄럼틀만 서너번 타고 금방 들어왔지만
함께 걸어 갔고 추워서 안고 들어왔다.
그것을 내가 당연히 해야되기 때문에 책임감에서 하는 것이라고,
책에서 36개월까지는 엄마가 중요하다고 하니 그때까지는
내가 내 몸 부서져라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니었다.
육아를 잘 하고 싶은 것이다.
넉넉한 마음을 갖지 못한 내가
모나고 삐뚤어진 사람인 내가
아이에게 자존감을 갖게 해주고
애가 행복한 마음을 갖게 해주고 싶다고
마음을 정하고 노력해 온 것이다.
그 첫번째 끈이 안정애착이라고 하니
에잇 그놈의 안정애착 하면서도
내가 안정애착기지가 되어주어야지.
일단 36개월까지는 훈육보다는 사랑 하며
이 악물고 노력하고 있다.
어차피 내 감정은 애 한테 흘러넘쳐 가겠지만.
지금 내가 잘하고 싶은 단 한가지의 일을 꼽으라고 하면
그게 육아가 되었다.
인생에 새로운 목표가 생긴 셈이다.
이 뻔한 것을 왜 몰랐을까.
아기 때문에 몸과 정신이 힘들어도
세상에 날 엮어주는 끈이 하나 더 생겼다는 생각만큼은 강하게 든다.
애는 엄마만 찾고
남편은 보채고 우는 애를 달랠 방법이 없다.
난 시간과 내 노력을 들여서 노력해 왔고
그래서 어째 더 힘들어 진 것 같지만,
애가 나를 필요로 하고
아기의 나에 대한 순수한 애정을 느끼니
거기서 또 힘을 얻기도 한다.
오늘 아기는 몇 번이나 "엄마 예뻐, 엄마 이쁘다" 하고 말해 주었다.
애 말에서 애정이 느껴지니 기분이 좋았다.
우리 아기는 이제
어린이집도 한학년 올라가고
나이도 먹으니까
엄마랑 아기랑 둘만 있는 아기의 세상에서 나와서
아빠랑도 잘 지내고 친구와도 사이좋게 지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내가 아기를 동그랗게 말아 안고 지킬 것이다.
내가 지은 성이 견고하고, 애가 거기를 열고 나갔다가
언제나 들어올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