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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27 JUL

1.

지난 주 목요일이던가.


남편은 땀 많이 흘렸을 애 목욕을 시키고

나는 그 사이에 밥상을 차렸다.

수저 놓고 된장찌개, 조개 많이 들어간 전, 고기, 그리고 뭐더라?

이렇게 차리고 오라고 불렀더니

애가 쪼르르 와서 식탁을 보고


"엄마가 멋지게 잘 만들어따아!"


하고 감탄을 했다.


애 말투가 웃겨서 빵터졌다.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배워온 말투인 듯.

딱 고대로 배워서 써먹는데

말은 잘하는데 엄청나게 엉터리다.


"내가 여자야!" 그러길래

"우와 우와 유슈이 여자야? 엄마는? 아빠는?"

하며 아이의 새로운 지식에 감탄해 주었는데

애의 그 다음 말은

"나는 남자! 엄마는 남자!" 였다.

어쩌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만들기 놀이 책을 사서

거기 들어있던 가위를 줬더니

"가위가 너무 예뻐!"

"가위가 너무 예뻐!"

"가위가 너무 예뻐!"

하고 계속 감탄을 한다.

뭐 그리 새로운 가위라고 그 아름다움에 기가 막혀 하는지

늙은 나는 알 수가 없다.


상어 만들기를 하고

함께 들어있던 조개를 상어에게 주면서

"껍데기를 벗겨서 먹어야돼 상어야"

해서 웃었다.

하여간 들은 소린 다 써 먹는다.



"엄마  보면 너무 귀여워. 엄마 보면 재미써" 이런 소리도 하고.


친구 애서랑 노는데

친구가 우리애한테

"유슈이는 애서꺼야.

유슈이는 애서 딸~"

하고 있어서 엄청나게 웃었다.

"니들 말은 잘하는데 내용은 다 틀렸어.

정말 아는 게 없구나" 해주었지만

귀여워서 심장이 쪼그라드는 (심쿵!) 기분이었다.






2.

또 생각 하는 것.

예전에는 잘 못 먹고 살아서

먹을 것이 생겼을 때

그걸 애한테 먹이는 것이 엄청 중요했겠지.

고루 고루 잘 먹이는 것.


공부를 시키고 책을 많이 읽히고 하는 것도 중요했을 것이다.


해야 하는 일이지만

이걸 하라고 애를 혼내고 싶지 않다.

애랑 사이가 나빠질 만큼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다.

이것도 닥치지 않아서 하는 입 바른 소리일 수도 있다.

10년 후의 나는 엄청 무섭게 애를 잡고 있을 지도...

안 그랬으면 좋겠다.


혼내는 건 버릇이 없거나

남을 괴롭히거나 폐를 끼치거나 할 때.

짜증 부리고 울고 말 밉게 할 때

달래 주지 않고 다 울고 와서

예쁘게 다시 말하라고 시키고 있다.



내가 읽기 제일 좋은 글은 내가 과거에 썼던 글이다.

예전 블로그 다시 들어가서 좀 읽은 적이 있는데

기억이 새록 새록 감정이 새록 새록

게다가 과거의 내가 적어둔 내용은

지금 내가 꽤 공감이 가고 의견도 나랑 같다.

그래서 재미있고 우습다.


7월 내내 글 쓰기만 해 놓고 퇴고 할 시간은 없었다.

맞춤법과 문장이 엉망인데

쌓여 있군.





3.

여름 들고 왔다 갔다 하며 바지를 네 개나 샀다.

엄청난 거다. 인생 최대의 쇼핑.

원래 두 개가 있었기 때문에 바지가 총 여섯 개가 되었다.


그동안은 바지는 봄 가을은 무시하고

여름/겨울 현역인 바지가 두 벌 씩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딱 입을 수 있는 것 두 개에

그 전에 입던 살짝 낡거나 이상한 것도 더해서 입으면

그럭 저럭 한 해 나기에 무리가 없었다.


예전에 미국에서 입던 바지를 정리해 보니

전부 청바지, 청치마, 면바지도 좀 데님 느낌 나는

식이었다. 지금은 전부 입을 수 없지만

버리기엔 또 소울이 느껴져서 정리해서 쇼핑백에 넣어두었다.


하늘하늘한 통 넓은 바지 - 이거 입을 땐 정말 신난다.

스키니진 유행이 지나간 것도 기쁘고 이런 재질에 촉감의 바지가 있어서

엄청나게 기쁘다.


지나가다 마네킹이 입은 것만 보고 치마인 줄 알고 인터넷으로 지른 바지

-입어봤으면 절대 안 질렀을 텐데 모르고 샀다.

내가 그동안 사던 스타일이 전혀 아닌데 너무 마음에 든다.


반바지 두 개 - 완전 맘에 든다.


그동안은 한 개 빨면 한 개 입는 식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색상과 모양을 맞춰서 입고 있다.

너무 다른 인생이다.




4.

입 방정이 될 까봐 미심쩍지만

얼굴에 더 이상 여드름이 나지 않는다.

1년만에 여드름 나는 것이 멈추었다.


여드름 나기 시작한 후

한 달 씩 화장을 아예 안 한 적도 있고,

파운데이션도 계속 바꾸고,

베갯잇도 계속 깨끗하게 쓰고,

병원도 가 보고 (약 먹은 건 너무 심할 때 가서 띄엄 띄엄 다 합쳐서 3주 밖에 안되지만...)


결국 끊어야 하는 건 카페인과 밀가루인가.

그럼 완전 불가능인데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여드름이 안 난다.


그러고 보니 지난 1년간

엄청 큰 용량의

헤어영양제를 린스처럼 한 통 썼다.

인터넷에서 보고 샀는데

범인이 그거였던 것 같다.


가격도 엄청 싸고 양은 엄청 많고 마음에도 들었다.

머리가 부들부들.

얼마 전에 다 썼고 한 통 더 살까 하다가

집에 있는 쓰던 남은 린스 다 처리해 버리고 빈 통 다 버리고 사려고

안 샀는데 그 후로 "여드름 새로 나기"가 멈추었다.

아주 놀랍게도.

(이러다가 다시 날 수도 있지만.)


아니 왜 의심할 생각도 못했지?

머리에 바르고 헹궈내는 거라

얼굴에 영향이 갈 줄 몰랐다.


그러고 보면 두피에는 여드름이 안 나고

몸에도 안 난다.

머리카락에서는 완전히 제거된 것이 아니니까

얼굴과 목에 머리카락이 닿으면

그 부분에 여드름이 나고 있었나 보다.


평생 이러고 살아야 되나 싶더니

여드름이 안 나서 너무 너무 기쁘다.

그동안은 너무 아프고 불편하고

늘 신경 쓰이고 했는데...


아 진짜 바보탱이

멍충이 아줌마다.


얼굴에 남은 여드름 자국은 엄청나지만

그래도 이번 체험으로 알게 된 것이 있고

이 정도로 끝난 것에 만족한다.

난 앞으로도 마트에서 린스나 사서 쓰는 걸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