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평소에 영화를 잘 볼 수 없다.
하지만 땡땡이를 치고서라도 연말에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나, 해리포터 시리즈나,
스타워즈 시리즈를 본다.
스타워즈 에피소드 4를
극장에서 재개봉했던 17살에 처음 봤으니
20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나는 이 시리즈의 새 에피소드를 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이번에는 4D로 보았다. 3D 안경을 쓰고 의자도 움직이는
이상한 버전으로.
놀이공원 온 것 같았다.
어린 내가 좋아했던 조지 마이클과
레아 공주님은 연이어 세상을 떠나고
마음이 아프고 꿀꿀한 느낌이 가득했다.
영화도 너무 슬프고 이상해서
스타워즈를 보는 것 같지 않았다.
전쟁영화와 딥임팩트를 섞어서 보는 것 같은 느낌?
(안봤지만.. tv에서 끝장면만 봤지..)
웃기고 신나는 느낌이 없었다.
극중에 견자단이 나오고
오빠 덕에 그가 견자단임을 인식하는 순간부터.
잘 아는 중국 배우가 헐리우드 영화를 찍는 건 매우 흔한 일이지만
나는 스타워즈를 "새로움과 엉뚱함, 이상함"으로 인식하고 보는데
견자단이 나온 것 자체가 내겐 좀... 뭐랄까?
스타워즈에 이병헌 나온 느낌인 건데...
그래서 스타워즈가 스타워즈가 아니라 드라마 첫사랑 같은 느낌?
견자단 역할의 배우가 나왔을 때는
"오옷 드디어 스타워즈에 동양인이 나오다닛!"
했지만
외계인이 영 등장하지 않아 무척 아쉬웠다.
차라리 자자빙크스라도 나와야 스타워즈 같을 듯... -_-;;;
2.
물건은 사도 사도 갖고 싶은 건 계속 생긴다.
신상도 나오고 필요한 것도 있고 아직도 못 지른 것들도 있다.
뭘 지른다고 물욕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좋은 것 하나 사서 오래 오래 써야지 하고 생각하지만
오래 오래 아껴서 다 쓰고 나면
샀던 물건을 다시 사고 싶으니 사는 물건 가격만 다 올라갔다.
그래도 가계에 구멍이 나지는 않는다.
3.
올해는 유난히 연말 연시 느낌도 없고
한 해가 가는지 다음 해가 오는지
느낌이 없다.
겨울을 맞이하여 우울증이 밀려 왔는데
짐을 싸서 집으로 왔다.
햇빛 잘 드는 창가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확실히 우울한 생각이 덜 들어오고
어제는 밤잠도 푹 잘 잤다.
4.
애는 공주 옷을 좋아하는 애가 되었다.
선물 받은 옷 어깨에 조그마한 레이스가 달려 있었는데
그걸 "날개" 라고 말했다.
아침에 텔레비전 보면서 라푼젤을 가리키며
"저 언니 이쁘지?" 하고 묻길래
"아니 우리 애기가 제일 이쁜데." 했더니
"아니, 근데 저 언니도 쪼끔 예쁘지?" 하고 말했다.
"아니 우리 애기가 젤 이뻐." 했더니
"아니이~ 나는 마~~~니 이쁘고 저 언니도 쪼끔 예뻐." 한다.
오가는 대화가 웃겨서 웃었다.
엄마니까 천 번도 만 번도 네가 제일 예쁘다고 해줘야지. ㅋㅋ
5.
아침에 거실에 있는 욕실에서 양치질을 하고 있는데
밖에서 우당탕탕 소리가 났다.
근데 애는 조용하고 미심쩍어서 문을 열고 나왔다.
그러자 애는 냉장고에 들어있던 비타민통을 바닥에서 줍고 있었다.
그걸 보자마자 애가 한 일이 한 눈에 들어왔다.
-식탁에 넣어져 있던 아기 의자를 뒤로 끌어 당긴다.
-냉장고까지 아기 의자를 밀고 간다.
-아기 의자에 기어 올라 간다.
-바로 선다.
-버튼을 눌리면 열리는 냉장고 매직 스페이스 문을 연다.
-비타민 통을 꺼내었다.
-떨어뜨렸다.
-아기 의자를 내려온다.
-비타민 통을 줍는다.
밥 먹을 때 절대로 혼자서 올라가지 않아 33개월째 아기 의자에는 늘 안아서 올려주고 있건만
비타민 사탕이 먹고 싶으니 못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냉장고 문은 활짝 열려 있고
나한테 말한다.
"사탕이 먹고 싶었어!"
내가 "냉장고 문을 닫아야지" 하고 말하자
애가 냉장고 문을 닫는 시늉만 하고 (못 닫음)
비타민 통을 열어 비타민 세개를 꺼내었다가
내가 한개만 먹으라고 하자 한 개만 먹었다. 두 개는 내가 넣었다.
비타민 통과 뚜껑은 당연히 널부러져 있다.
갑자기 앞으로 칠 사고의 수준이 가늠이 되면서
이걸 어쩌나 싶긴 했다.
그래도 애한테 "위험하게 그게 뭐야!" 하고 순간 버럭 하지 않아서
스스로는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
세 살의 아기는 오늘 내일이 마지막이다.
모레부터는 네 살의 아기.
세 살의 아기를 예뻐해 줘야지.
너무 이쁜 내 아가.
잠이 들 때도 일어나서도
엄마 엄마 하는 내 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