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과 나 둘 다
말하다가 "이 그 저 그거 그거 뭐냐"가 나오면
마구 스스로를 탓하게 된다.
ㅂㄱㅎ가 갑자기 떠오르면서 너무 싫다.
난 속으로 아씨 하고 욕한다.
2.
딸은 아침에 눈 떠서 잘 때까지
내가 웃을 만한 것,
내가 좋아할 만한 것을 궁리해서
말하면서 따라다닌다.
아침에 준비하느라 왔다 갔다 정신 없으면
조금 거리를 가지고 쫄쫄 따라다니며
내 아래쪽에서 "그시기 머냐" 하고 중얼 중얼 거린다.
듣고 내가 웃기를 바라는 것이다.
3.
어제는 자기를 엘사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엘사, 엘사 언니 라고 불러야지 아기야 라고 부르면 안되었다.
애기가 "엄마" 그래서
내가 "엘사" 했더니
"아니 아니 ELSA!"라고 하면서 L 발음을 제대로 했다.
내가 엘사? 하면 아니 아니 에우사~ 이런식으로
아주 제대로 된 L 발음.
나야 아무리 해봐도 나는 비슷하다고 생각하지만
애 귀에는 전혀 근처에도 못 간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 합버러지
요구르트는 요보르트
로보트는 로보로트 라고 하는 니가!
엄마한테 L 발음을 가르쳐 주는 구나.
웃겨서 한참 정신 없이 웃었다.
4.
선물 받았을 때는 안 입는다고 거들떠도 안 보던 잠바를
엄마의 강권에 입어보니 핑크색이라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침 어린이집으로 나서는 길에 그걸 입혀 달라고 하면서
"누가 핑크 못 입고 오게 내가 입어야지!"
한다.
친구 ㄷㅇ이가 팔찌를 끼고 왔던 모양.
"엄마 팔찌!" 해서 찾아 주니
"ㄷㅇ이 못하게 내가 하고 가야지"
자기가 뭔가를 입고 끼고 하면
친구들은 못한다고 생각하는 모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