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에 애랑 둘이서 마트에 갔다.
장난감 가게에 들어가서 여기 잠깐 저기 잠깐 본 다음에
애가 요즘 푹 빠져 있는 비밀쥬쥬 코너를 들여다 보았다.
그러다가 내가 화장실이 가고 싶어서 애를 데리고 화장실로 갔다.
애랑 나랑 손을 씻고 애가 앞장을 서고 내가 유모차를 밀고 화장실에서 나왔다.
화장실 앞에 나오니 애가 보이지 않았다.
정말 1초 늦었을 뿐이었다. 유모차를 밀고 나왔는데 애가 사라져 있었다.
화장실 출구는 오른쪽으로 돌아야 했는데 화장실 앞에서 직진을 해서 남자 화장실로 들어갔나
해서 화장실 밖에서 애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화장실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가 "여자애요? 저쪽으로 갔어요." 하고 가르쳐 주셨다.
뛰어가 보자 저 멀리 아이가 보였다. 벌써 장난감 가게 입구에 도착해 있었고
"엄마 문이 안 열려" 라고 말하는 것이 멀찌감치서 들렸다.
애한테 쫓아갈까 하다가 "애가 엄마가 없어진 상황"에 대해 깨닫기를 바라고
일부러 지켜보았다.
애는 다른 사람들이 장난감 가게에 들어갈 때 따라서 들어갔고
놀랍게도 내가 처음에 애를 데리고 간 코스를 1초도 망설이지 않고 그대로 밟아서
비밀 쥬쥬 코너에 도착했다. 엄청나게 간절하게 원했나 보다.
입구에서 왼쪽으로 꺾으면 바로 였기 때문에
애를 복도 반대쪽에서 바라보면서 비밀쥬쥬 코너에서 잠복했다.
그리고 애 팔을 잡고 구석으로 끌고 가서 엄청나게 혼을 냈다.
바로 유모차에 태워서 마트도 빠져 나왔다.
이 녀석을 어린이집을 보내어도 되는 건지.
끈 달린 가방 줄을 사야 하는 건지 심각하게 고민해 본 아침.
시껍했다.
2.
금요일 저녁에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나오는데
애가 좀 이상했다.
기운이 없었고 뛰어가지 않았고 내 손을 잡고 걸었다.
날이 더워서 겉옷을 벗겨주려고 했는데 늘 더워 하던 애가
겉옷을 안 벗겠다고 했다.
놀이터에 도착해서도 품에 그냥 안겨 있었다.
열이 좀 오르는 것 같은 느낌이 있어서
막 친구를 만난 참이었는데 바로 병원으로 갔다.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해서 데려가니 설사를 했다.
진찰실에 들어가서 열을 재어 보니 38.6도!
이 날도 남편은 포항가고 없었다.
애가 해 달라고 해서 메밀국수 만들고 주먹밥도 만들었는데 다 안 먹었다.
평소에는 좋아하는 것들인데...
체온은 39.1도를 찍고 기운 없이 늘어져 있다가 약을 먹고 한 시간쯤 지나니
열이 내렸다.
그리고 여전히 기운이 뻗친 건 아닌 듯 했지만
이야기도 잘 하고 좀 나아서 두 시간쯤 나랑 잘 놀다가 잤다.
밤에는 39.3도를 찍었고 약 먹이자 한시간쯤 후에 열이 내렸다.
우유를 달라고 했다.
다시 잠들었다.
토요일 - 아무 것도 안 먹는다. 먹는 건 우유, 뽀로로 쥬스
아침에 7시에 깼다가 8시 반에 도로 자서 11시 30분까지 잤다.
마트 데리고 갔는데 애가 갑자기 급 조용해졌다.
낌새가 이상해서 만져보니 바지가 묵직했다. 옷에 설사해서 옷을 다 그냥 버렸다.
남편은 애를 닦이러 가고 나는 마트 옷가게에서 급히 옷을 사서 갈아 입혀 데려왔다.
일요일 - 아무 것도 안먹는다.
점심 때 애 밥 먹여 보려고
비밀 쥬쥬 틀어놓고 애가 밥 먹으면 틀어주고 밥 안먹으면 멈춰 뒀더니
그래도 누룽지 끓인 것 반그릇 정도와 계란찜 조금을 먹었다.
저녁은 거의 안먹었다.
우유, 쥬스는 먹으니 됐다 하며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곡기가 배에 좀 들어갔으니 괜찮겠지.
먹고 싶을 때 또 먹겠다고 하겠지 하면서.
아침에 남편 출발하는 길에 손 잡고 배웅하러 나갔더니
애가 마구 화를 내며 나랑 남편 손을 끊어버리고
내 손을 자기가 잡고 남편에게 화내고 그랬다.
남편 출발하고 산책을 하려고 나갔다가
그냥 마트로 갔다. 이건 잘한 일이 었던 듯.
내가 힘이 훨씬 덜든다. 유모차 밀고 다니기도 좋고. 빵도 좀 샀다.
(애는 자연에는 별 관심이 없고 마트를 더 좋아한다.)
벚꽃이 만개 했는데 말이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점심 먹고 애가 또 설사 해서 다 씻어 주었다.
뭐를 좀 먹으면 설사를 하는구나 했다.
애 친구 엄마였지만 요새는 내 친구인 친구가 저녁에 또 집에 놀러와 주었다.
애 친구랑 애랑 둘이서 엄청 잘 놀았다.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뛰고 크게 웃고 신나했다.
나는 집 근처 죽집 전화 돌려봤지만 다 문 닫았다고 해서 못갔는데
어디서 또 잘 찾아서 죽이랑 타르트를 사다 줬다.
사흘만에 애가 헬쓱해지고 쌍커풀도 진해지고 다크서클도 생겼다.
애가 고생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고
내가 너무 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