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연휴라 여행이라도 갈까 했지만
남편이 골골대서
기차표를 샀다가 취소.
집에 줄곧 있었다.
남편은 딱 봐도 상태가 나빴다.
기운이 없다. 하지만 자기 몫의 일을 계속 하고 있다.
"너한테 아픈 티 내면 안돼." 라고 말만 하면서
온 얼굴과 행동으로 티를 팍팍.
애도 아프다.
피부 질환 발생.
별 탈이 안 난 것 같은데도 징징대고 있다.
엄마만 찾는다.
약을 먹이고 발라도 차도가 없다.
머릿속에 염증이 생긴 것이어서
머리카락을 조금씩 잡아서 넘기면서 계속 상처 부위를 찾고 있지만
다 찾은 건 맞는 지 알 수가 없다.
애는 언제나 병이 나면 그 병이 나을만한 시간만큼 앓고 나서야
차도가 생긴다는 것을 지난 경험으로 배웠다. 알고 있다.
처음 병이 생긴 시점부터 어느 정도까지는
약을 먹어도 약을 발라도 점점 심해지기만 한다.
그걸 알고 있어도 피부에 번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쓰리다.
애가 잘 먹고 잘 놀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지속적으로 상한다.
밥을 주면 안 먹고 입 다물고 딴 짓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쿨하게 있을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지만
"나"니까 불가능하다.
난 이랬다 저랬다 엉망진창 엄마다.
애랑 감기 걸린 남편이랑 계속 싸운다.
일요일 저녁에는
이번 연휴에 아무 데도 가지 않았음에 감사했다.
다른 사람들 하듯이 나도 휩쓸려서
아주 일찍부터 표를 사 놓고 어딘가의 숙소도 예약해 뒀다면.
남편은 여행 내내 골골골골,
애는 머리에서 진물이 나는데 병원도 못 가고
답답한 마음으로 보냈겠지.
이번 연휴 미세먼지도 최악 최악 최악이었다.
정말 이런 하늘이 있을까 싶은.
이런 때에 애를 데리고 밖에 있지 않아 다행이다.
공기 청정기는 인터넷으로 목요일에 주문하자 토요일에 도착했다.
연휴인데도 배송기사가 들고 와서 마음이 짠했다.
애는 원피스를 너무 좋아한다.
원피스 입고 빙글빙글 돌기,
원피스 입고 잠자기,
자고 일어나서 또 원피스 입는다고 하기.
더우니까 옷 벗자고 하면 안에 입은 옷을 벗고 원피스는 입기.
2.
아주 오랫동안 내가 바랐던 일이
내일 이루어 질 것 같다.
mb 당선 부터 ㄱㅎ까지.
미국산 쇠고기,
ㅊㅅㅅ, 촛불, 탄핵,
"피청구인 ㅂㄱㅎ를 파면한다."
내 인생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시던 날.
슬프고 참담했던 마음.
지난 대선 51.6%의 당선률.
아직도 드는 이상한 생각.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면.
세상이 다 바뀌진 않겠지만.
이 긴 트랙에 마침표를 찍고
치킨에 맥주 한 잔을.
내 사는 것이 조금만 나아져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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