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남편이 출장 다녀오면서
선물해준 팔찌를 잃어버렸다.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가서 고르고
한참을 고민해서 가져왔다고 했다.
마음에도 쏙 들었다.
한달 쯤 매일 매일 꼭꼭 하고 다녔고
주말에 마트 가면서도 하고 나갔는데 잃어버렸다.
어디서 흘렸는지 알 수가 없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잃어버린 것을 알았고
애가 낮잠 자고 일어난 후 다시 찾으러 나갔다.
아침에 갔던 곳을 되짚어 다니면서 전화번호를 남기고
분실물 센터도 갔다. 어디서 잃어버렸는지도 알 수 없다.
남편도 속상할 것 같은데
계속 더 좋은 것, 더 예쁜 것, 금으로 사준다고 말하면서
괜찮다고 말했다.
이게 남편의 좋은 점.
2.
애를 놀이터에 데리고 갔더니
8살 먹은 동네 친구가 "지난 주는 왜 안왔어?" 하고 물었단다.
딸내미 대답 "미세먼지 때문에."
남편이 이야기를 해주고 난 웃겨서 굴러댕겼다.
네살 짜리가 그런 말을 알고 있고, 대화를 하는 것도 웃기다.
딸은 어제, 오늘, 내일 정도는 개념이 좀 있지만
한 주, 지난 주 같은 건 전혀 개념이 없다.
지난 주는 대전에 놀러갔다 왔지만 "지난 주에 뭘 했는지에 대한 사실"은 전혀 모를테고
왜 놀이터 못 왔냐고 물으니 "미세먼지 때문" 이라고 대답한 그 자체가 웃기다.
3.
애가 자꾸 텔레비전을 보려고 해서 그냥 배경에 도깨비를 켜 놓았다.
도깨비가 스테이크를 먹는 장면이 나오자 그걸 보고
"우와 도깨비 아저씨 비싼거 먹는다아~. 나는 못먹는데. 비싸서." 그랬다.
그 말이 넘 웃겨서 막 웃다가 "비싼게 뭔데?" 하고 물으니
"고기!"
그런다.
아 뭐 비싸다고 말 많이 한 것 같지도 않고만 제대로 알고 있잖아.
고기도 맨날 먹여 줬는데.
"집에 있는 좀심은 맛이 없쏘" 하고 말했다.
점심이 맛이 없으니 나가서 먹자고.
그래서 내가
"엄마가 만들어준 메추리알 맛있다면서." 하니
"응. 메추리알 맛있어."
"계란도 맛있다며"
"응 계란도 맛있어."
"그럼 뭐가 맛이 없어?"
"조 밑에 밥"
뭔 소린지...
"어린이집 밥은 맛있어?"
"응. 맛있어."
"뭐가 맛있어?"
"고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내 딸이다 진짜.
4.
포이잠붕 하고 말하면
홍이 장군 이란 뜻이다. 광고 보고 따라한다.
"손잡아! 그래야 짝붕이야." 하길래
'짝궁' 이란 단어를 배워왔구나 하고 알았다.
5.
윤혜림 이란 이름을 보고
유 하 리나 하고 읽었다.
"리나"란 친구의 이름이 어린이집에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림" 이란 글자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혜"의 ㅎ 이 "하"랑 비슷하다고 생각한 모양.
그 전까지는 글자에 전혀 관심이 없다가
갑자기 38개월 들어서니 글자표도 읽어 달라고 하고
만화 주인공 이름도 써 달라고 하고
텔레비전에 방송 이름 적힌 것도 읽어 달라고 한다.
내 동생도 네 살에 글자를 읽고 쓰고 했었는데
확실히 관심도 생기고 글자를 읽을 만한 지능 같은 것도 생긴 모양이다.
신기해서 적어두기는 하지만
당분간은 내가 나서서 열심히 가르칠 계획은 없다.
신기해 하기만 해야지. ㅎㅎㅎ
6.
36개월 이전에 뽀뽀하면 충치균이 애 입에 들어간다고 해서
입뽀뽀는 최대한 자제해 왔다.
그 후에는 그냥 마구 뽀뽀를 하는데
애 입술은 정말 조그맣고 보들거리고 축축하다.
어린이집 들어갈 때는 애가 날 끌어안고 뽀뽀하고
남편 끌어안고 뽀뽀하고
또 날 끌어안고 뽀뽀하고
잘 때도 뽀뽀 하고 자고 하는데 귀엽고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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