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린이집 끝나고 30분을 놀이터랑 근처랑 뛰어다니며 놀고
("엄마, 가방 차에 두고 미끄럼틀 타자")
집에 와서 또 킥보드 밀고 나가서 남편이랑 근처를
30분 뛰어다니며 놀았다.
놀다가 아무 데나 바닥에 푹 주저앉아 안아 달라 업어 달라
한 번은 안아 달라고 바닥에 주저 앉았는데
내가 등을 내밀자
안 업힌다고 안아 달라고 엉엉 울다가
내가 팔이 너무 아파서 홀랑 업었더니
"업었네 흥흥" 하며 작은 소리로 골골 하며 좋아하였다.
애 아빠가 안으면 온몸을 뻗대면서 빠져나가려고 안간힘.
놀다가 뛰어와서 나를 끌어 안으며
"엄마 사랑해" 그랬다.
난 지난 24개월간 매일 백 번씩 말해 줬는데
이제야 이 말을 들어 본다.
내가 너무 기뻐서 오구 오구 하였다.
ㅇㅈㅊㄱ 노래가 나오면
"내가 좋아하는 아아 노래네" 하고 말한다.
내가 집에 들어서면서
헛 발을 디뎌 비틀 하자
"엄마 괜찮아?" 하고 물었다.
집에 오니 더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왜???
물을 끓여서 나랑 남편은 한 바가지 퍼서 씻고
아기는 아기 욕조에 물 담아서 목욕을 했다.
애 엉덩이에 뭐가 났는데
너무 너무 간지러워 해서
9시 반쯤 애를 안고 또 약국으로.
졸리는 시점이니
또 애를 안고 차에 태웠다 내렸다
올라오면서 또 안았다 눕혔다
난 팔, 다리, 어깨, 허리 에고 에고
늙은이다.
암만 생각해도 애는 하나로도 늙은 내겐 벅차다.
23일
아침에 일어나 눈뜨고
"엄마 모해?" "엄마 아나죠" 이게 첫 마디.
달력 짚으며 숫자를 아는 척 하려고 하기에
(이건 또 꼭 나한테 안아 달라고 한다. 내 팔 ㅠㅠㅠ)
소파에 앉혀 놓고
숫자 퍼즐을 가져다 주었다.
퍼즐 한 조각을 들고
"이거 아니고~~, 이거부터~" "시~작"
하며 혼자서 별 말을 다해가며 퍼즐을 맞추었다.
도대체 언어 능력은 어떻게 이렇게도 매일 매일 성장하는 것인지
난 매일 아침 눈뜨고 놀란다.
열 네 조각의 숫자를 제자리에 끼우는 형식의 퍼즐인데 잘도 맞춘다.
세 번을 부었다가 맞추었다 하며 혼자 놀았다.
아빠 말고 엄마랑 씻는다고 해서 씻겨 주었다.
내복은 안 입는다 하고 바지는 또 거꾸로 입었다.
한복과 과자, 답례 양말을 챙겨서
쇼핑백 세 개에 넣어 문간에 두었다.
애한테
"오늘 가서 한복 입자"
했더니
"포찌찌 안갈 꺼야. 얼집 갈꺼야"
하고 말하고 바로 현관으로 가서
한복 쇼핑백을 들었다.
이렇게 집에서 나가기가 수월했던 적이 없다.
한복 쇼핑백을 들고 계단을 올라갔다.
좋아하는 걸 보면 한복 사길 정말 잘했구나 싶다.
운동화를 신겨 주려고 했더니
"운동화 말고 딸기 신발"
하고 말하고 구두를 신고 갔다.
애가 운동화보다 구두를 예쁘다고 인식하는 것이 신기하다.
본능인가? 벌써 학습된 건가.
애가 커피집 안 따라 간다고 하는 것이
일 년에 몇 번 없는 일이라
니나노 하면서 신나게 어린이집 데려다 주고
남편이랑 커피집에 갔는데
사장님이 너무 너무 이쁜 아기 우산을 사 놓고 기다리고 계셨다.
애가 안 와서 엄청나게 아쉬워 하셨다.
얘는 무슨 선물을 며칠에 걸쳐서 매일 받고 있다.
2.
남편은 ㅂㅓㅅㅋㅓㅂㅓㅅㅋㅓ ㅈㅂㅈ을 어제 저녁에 처음 봤다.
ㅅㅋㅊㅂ에 ㅈㅂㅈ, ㅇㅈㅊㄱ, w가 나왔다고 하며
남편이 방송을 보여 주었다.
남편이야 ㅇㅈㅊㄱ 때문에 방송을 본 건데
거기에 ㅈㅂㅈ과 w도 나와서 나도 보라고 한 것이었다.
나야 그런거 하나도 모르고 있었으니 정말 반가웠다.
앨범 나온 줄을 모르고 있었다.
방송을 켜 놓은 남편이 "장ㅂㅈ 오늘 처음 보네" 하는 것이었다.
내가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 마구 구박 했더니
"미국 있을 때라 그랬지" 하길래
"그럼 원더ㄱㅅ는 미국 있을 때 나온 거 아니냐."
하고 구박.
아 진짜 ㅈ기ㅎㅏ도 ㅈㅂㅈ 도 ㅎㅇ도 좋아하지 않는 남편.
난 남편이 좋아하는 여자 아이돌도 같이 많이 좋아하고
얘네들도 좋아하고 남자 아이돌 노래도 제법 좋아하는데
남편은
좋아하는 밴드가 메이저인 것도 아닌데
15년째 해체 하지 않고 같이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다.
검색해서 발견한 글 읽다 보니
W가 델리스파ㅇㅣ스의 김민규가 운영하던 레이블로 들어가서
1집을 낸 걸 알았다.
참. 난 이런게 참 신기해.
전혀 연결고리를 찾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던 밴드며 그룹은 비슷비슷한 연결고리가 있고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보면 공통점이 머릿속을 마구 지나가니
나란 인간의 취향이 소나무인 탓이다.
앨범 내어줘서 고마워요. 내 돈을 가져가세요.
내가 돈을 버는 이유는
애 과자 사주고 얘네들 돈 보태주려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