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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07DEC17

1.

아기랑은 같은 이야기를 백만 번씩 하게 된다.

아기가 문구를 전부 정해 준다.

요즘 자기 전에 하는 이야기는

아기: 똑똑

나: 누구세요?

아기: 삐약이예요.

나: 난 (에어컨) 인데요.

아기: 난 에어컨 아기예요

나: 아가야!

아기: 오에에엥

하면서 꼭 끌어 안고 둘이서 얼싸둥둥 좋아한다.

대화 중에는 ( ) 안을 제외하고는 바꾸는 법이 없다.

( ) 안에 들어 가는 단어는 백만개씩 바꾸는데

매번 새로 머리를 쥐어짜느라 정신이 없다.

어제는 "미세먼지 입니다" 라는 대답도 했다.

 

"생크림케이크입니다." 라고 대답했을 때는

"생크림 케이크가 어떻게 누워서 자?" 라는 멋진 질문도 했다. ㅋㅋㅋ

 

이 대화를 반복하고 있으면 영어 회화책에 나오는 한 구절 같다.

Dialog!

애가 이런식으로 여러가지 뉘앙스의 모국어를 습득하는구나 싶어진다.

 

2.

잠자리에 누워서.

"엄마 엄마 할아버지 집에 갔을 때에에~ 엄마 아빠 말이야아~

엄마 할아버지 집에 갔을 때에

호텔에 갔다가 아침에 엄마 할아버지 집에 갔다가 거기서 장난감 파는 마트에 갔잖아아아.

그 마트에서 파는 영어로 말하는 올빼미아 크리스마스 선물로 사 줄래?"

단어가 생각이 안나서 멈췄다가, 말을 반복 했다가,

엄청 천천히 저렇게 긴 이야기를 내게 했다.

난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걸까 한참을 듣고 있었는데

애가 문장을 마치는 순간,

저 문장을 다 말한 것이 기특하고

추석 때 일을 모조리 다 기억하고 있는 것이 기특하고

그 때 내가 안 사주었던 장난감을 아직도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애닯아서

바로 선물로 사주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래 그래 그럼 산타할아버지한테 사달라고 할까?"

"아니. 엄마가 사줘."

"그럼 레인보두 새도는?"

"그것도. 엄마가 두 개 사줘."

"그래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