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침이면 애가 말한다.
"엄마 편지 써줘. 편지 써 주면 어린이집 갈 꺼고
편지 안 써주면 엄마한테 딱 붙어서 졸졸 따라 다닐꺼야.
많이 많이 써 줘. 천 개 써줘."
편지를 가끔 써 줬더니 엄청나게 좋아하게 된 건 알겠는데
막상 열심히 편지를 써서 가져가면
저녁 때 흘긋 한 번 쳐다보곤 본 척 만 척이다.
플라스틱 통이나 큼지막한 걸로 하나 사서 모아둬야 겠다.
나중에 글자라도 알게 되면 보여줘야지.
2.
"엄마 자동문은 왜 사람들이 가까이 가면 열려?"
하고 휴게소에 앉아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문을 쳐다보며 앉아 있던 딸이 물었다.
"우와 관찰력도 좋고 표현도 정확하게 하는구나." 하고 칭찬해 주었다.
3.
주말에 집에 다녀왔다.
안 볼 때는 원망하는 마음이 가득한데
막상 만나면 또 아빠가 날 좋아하는 게 보이니까 누그러진다.
참 부모란 아무 이유 없이 자식을 좋아하는 구나 싶기도 하다.
애는 할아버지 덕분에 돈까스 얻어먹고
사고 싶은 만큼 과자를 사고
마음에 쏙 드는 옷에 핑크 반짝이 구두를 사고
장난감도 들어가자마자 마음에 드는 걸로 턱 하니 집어서 들고 왔다.
4.
"엄마 나 뽀** 파크 가고 싶어."
"그래. 뭐 이번주는 휴일도 있고 주말도 있으니 한 번 가자."
"아기가 탈 수 있게 동전도 들고 가자."
동전이 없다고 맨날 뽑기나 탈것을 안 해 줬더니
저렇게 콕 찝어서 말한다.
그러지 뭐. ㅎㅎㅎ
스스로를 '아기' 라고 부른다.
내가 이쁘다고 우리 공주, 우리 아가씨 이러면 싫어하고
애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로 불러도 싫어하고
딱 한가지 좋아하는 호칭이 "아기"
아님 가끔 "삐약이" 라고 불러도 좋다.
5.
어린이집을 지난 금요일에 수료했다.
가기는 수요일까지 갈 듯.
수요일엔 유치원 소집이 있고
금요일부터는 본격적으로 유치원에 간다.
3년 3개월을 채워서 어린이집을 다녔는데
벌써 첫번째 기관을 졸업하였다.
올해가 좀 버거워서 새 기관이 기대가 된다.
애한테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잘 보살펴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