짠한 딸내미
아기 생일이라 미역국도 끓여 놓고
케잌도 사다 놓고 선물도 주고 동물원 나들이도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
슬픔이 계속 밀려 와서 안 울고 가만히 있는 것도 힘들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고 미역국도 좀 먹였다.
그래도 애를 데리고 마트에 가서 생일 선물을 하나 고르라고 했다.
애는 9900원짜리 작은 공룡알을 하나 골랐다.
담배냄새와 하수도 냄새로 가득한 지하2층 장례식장.
난 검은 옷을 갈아 입고 계속 울었는데
애가 나를 쳐다보면 울다가도 울음을 멈추고 쫓아가서 안아 주었다.
오는 길에도 밥을 못 먹었는데
장례식장 밥이 영 입에 안맞는지 애가 점심도 저녁도 먹지 않았다.
생일인데 아침에 먹은 미역국 몇 숟가락 말고는 하나도 못 먹고
아빠랑 자라고 병원 옆에 잡아 놓은 숙소에 올려보내어 놓고
장례식장을 지키고 앉아 있는데 애한테 전화가 왔다.
"엄마 사랑해."
아 정말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생일인데 난 계속 울지, 놀아 주지도 못했지
밥은 세 끼 다 먹는 둥 마는 둥
잘 때도 엄마가 없구나.
그냥 난 가야겠다 말한 후 쫓아 올라가서 안아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품어서 재웠다. 난간이 없는 침대였지만 내 옆에 애가 딱 붙어서 자니
반대편으로 떨어지지는 않는다.
그 다음날도 다음날도 엄마 울면 달래어 주어야 한다면서
내가 울면 와서 들여다 보고 눈 마주치고
엄마 사랑해 엄마 사랑해 달래어 주는 딸내미.
할머니 앞에 향도 같이 피우고 술도 같이 올리고
절도 손 꼭 붙잡고 두번씩 같이 했다.
마지막 발인하던 때도
옆방에 잠깐 보내어 놨는데
내가 우는 소리를 듣고 엄마 달래 줘야 된다고 뛰어 왔단다.
그리고 말간 얼굴로 날 들여다 본다.
난 발인 이후에는 무서운 마음에 따라가지 못하고 남편을 대신 보냈다.
애 데리고 호텔과 근처 마트에 있었다.
애는 마트 어린이 놀이터에서 바지에 설사를 했고
내가 차에 바지랑 팬티를 가지러 간 사이에 놀이터 화장실에서 울지도 않고
씩씩하게 날 기다렸다.
집에 오늘 길엔 계속 "배가 아파. 배가 아파. 배가 아파서 잠을 못 자겠어." 하고 말했다.
수요일엔 너무 멀쩡해 보이는데 애가 배가 아프다며 계속 병원을 가자고 했다.
너무 멀쩡해 보이는데 꾀병인가 하며 병원에 데려 갔더니
귀는 중이염으로 엉망 진창이고 배는 복부 x-ray도 찍었다.
안쓰럽고 미안하기의 절정이었다.
약을 여섯가지 받아왔다. 시럽을 다 섞으니 20미리가 넘어서 작은 통에는 들어가지도 않았다.
잘해줘야지. 매일 매일 사랑해 주고 잘해 줘야지.
생일도 다른 날 다시 해줘야지.
새로 생긴 나를 사랑하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