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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02APR18

2018년 3월은 끔찍하게 길었다.

하루도 같은 날이 없었다.

애가 유치원에 가기 시작했다.

적응을 잘 못해서 초반에는 매일 매일 귀가 시간과 방법이 달라졌다.

애가 감기에 걸렸다. 아기의 네 번째 생일이었다.

뉴스도 맨날 달랐다. 올림픽이 열렸다가 개막식을 했다가 폐막식을 했다가

미북 정상회담 발표를 했다.

할머니가 돌아 가셨다.

이명박이 잡혀 들어갔다. 맘껏 기뻐하지도 못했다.

티비에 봐야하는 프로그램이 잔뜩 생겼다.

뉴스가 너무 많아서 따라 가기가 버거웠다.

돈을 엄청나게 썼고, 물건을 엄청나게 사들였다.

날이 겨울에서 여름으로 갑자기 변해서

돈은 엄청 썼는데 막상 지금 입을 옷은 없어져버렸다.

애는 유치원에 적응을 조금 하기 시작했고

북한에 공연단이 갔다.

그리고 3월의 마지막날 2006년부터 함께 한 무한도전이 끝났다.

나이는 서른 아홉.

자려고 자리에 누우면

내 인생 전반부가 지나갔다는 것이 뼈저리게 느껴진다.

할머니가 없는 세상.

하지만

정말 큰 사랑으로 날 좋아하는 내 품속의 아기.

그리고 든든한 남편.

여전히 성과 없는 비정규직.

이룰 수 있는 것과 이룰 수 없었던 것 중에서

내가 지금보다 조금 어렸을 때의 경험으로부터 선택한 것이 지금의 나를 이룬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갉아 먹지 않는 것으로 내 지금의 작지만 소중한 행복을 구현했다.

고민하고 괴로워 해 봐야 그냥 그 날의 기분만 안좋을 뿐이다.

알고 있지만 모든 괴로움은 이겨내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도 운이 좋아서 날 좋아하는 사람을 발견했고 하나는 새로 만들었다.

이것이 행복임을 알고 있다. 내게 지금 현재 보장된 행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