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애가 맨날 유치원 갈 때마다
"엄마 편지 써 줘" 그런다.
처음에 한 두번 써줬더니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유치원 버스 탈 때마다
"엄마 편지 써 줘. 데릴러와"
이게 인삿말이다.
편지를 백 번 쯤 써 줬더니 이젠 유치원에서
아이도 편지를 써서 가져오기도 한다.
나는 부모가 아이를 엄청나게 사랑하고
사랑해 줘야 한다고 배웠는데
애가 부모를 이렇게 사랑하는 줄은 애를 낳기 전에는 몰랐다.
애는 골칫거리, 말 안듣는 사람, 부모 속 썩인다.
뭐 이런 것만 들었는데 낳고 보니
아이는 사랑하는 법을 배운 적도 없으면서
눈이 부시다.
내 이름을 (엄청나게 잘 쓰게 되었다.) 쓰고 하트를 스무개쯤 그려서 편지를 써서는
"'엄마' 라고 쓰고 싶었는데 못썼어." (아직 글자 잘 모름)
하면 "고마워 고마워" 하고 다이어리에 넣는데
벌써 다이어리가 뚱뚱해질 참이다.
2.
어제는 남편 생일.
애한테 편지를 쓰고
남편에게도 짧게 생일 축하 편지를 썼다.
애 편지에는 늘 애가 읽을 줄 아는 글자만 큼직하게 써 왔다.
둘에게 동시에 편지를 줬더니
애가 편지를 보고 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앙 아빠 편지에 글자가 더 많아. 엉엉엉엉엉"
웃겨 죽을 것 같은데 그게 그렇게나 속이 상한지
달래어도 달래어도 그치지 않는다.
"넌 두 장이잖아. 엄마가 그동안 백 번 써 줬잖아.
너 이렇게 자꾸 울면 엄마가 힘들어서 데리러 못간다"
이런 말 아무리 해도 소용이 없었다.
보다 보다 남편이 자기 편지를 애한테 내밀며
"이거 주까?" 했더니
"응!" 하고
울다가 뚝 그쳤다.
그러고 잘 챙기거나 소중히 여기냐?
절대 아니다.
한 번 보고 오만데 다 버리고
내가 줍줍 해서 모아놓는다.
나중에 글자 읽을 줄 알게 되면 줘야지 하고.
3.
어제부로 지금 제일 잘 나가는 보이그룹 팬을 하기로 결심했다.
Moon이 축전을 쓴 걸 보고 엄청나게 마음이 동했다.
이건 내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올림픽 금메달 리스트가 금메달을 따면
이런 종목이 있고 규칙이 뭐고 하는 걸 내가 궁금해 하면서 학습하듯이
학습해서 좋아해 줘야 겠다ㅎㅎㅎㅎㅎㅎㅎ는 생각이 들었고
하루만에 성공했다.
역시 좋아할 만한 점이 아주 많은 아이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