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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06SEP18

9월에 들어서고 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다.

이게 모두 9월 3일 이후 이번주에 일어난 일이다.


1.

그동안 제일 오래 전부터 친한 친구 00가 다른 누구랑 놀아도 관심이 없었다.

그 친구가 다른 애랑 노는 곳에 끼어서 아는 척을 하거나

친구가 다른 애랑 같이 떠나도 신경을 전혀 쓰지 않았다.

갑자기 친구가 00 집 놀러 간다고 신나게 가버렸다며

"지난 번엔 우리집 놀러와서 신난다고 했잖아."

하고 이불을 끌어 안고 울었다.


2.

친구랑 같은 물병을 가지고 가기로 약속했다면서

내일은 하늘색에 고래 물병

그 다음날은 기린 물병을 챙겨 달라고 말했다.

친구 이름도 고루 고루 나온다.


3.

친구들에게 선물을 받아 오기 시작했다.

친구 --가 선물로 줬다면서 이면지 접은 걸 가져 왔다.

"여기에 내 돈 다~ 넣어가지고

갖고 싶은 것도 다 사고 장난감도 사라고 그랬어!"

엄청나게 감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니 돈으로 사래?" 하고 물은 뒤 엄청나게 웃었다.

묘하게 현실적이다.


4. 

가기 싫다던 방과후 영어 수업을

"그 시간에 친구들이 많이 없어." 하면서 시켜달라고 말했다.

친구들이 수업을 받으러 가면 교실에 남아있는 아이들이 별로 없다.

예전에는 내가 친구들 없으면 외롭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

방과후 수업을 신청하고 애는 별로 내켜하지 않았다.

당장 선생님께 말씀드려서 신청을 했다.

그동안은 거기에 가는 것보다 

친구들이 있는 것보다

교실에 선생님과 단 둘이 있는 것을 훨씬 선호했는데

이건 완전히 새롭다.



5.

오늘 아침에 버스를 타려는데

1등으로 줄을 못서서 아쉬워 하는 딸내미에게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저기 -- 타고 왔어."

친구랑 버스를 같이 타기로 지들끼리 약속을 한건지

버스에 친구들이 타고 있자 얼른 옆자리로 가서 앉으며

반갑게 인사했다.


호그와트 열차에 태워 보내는 느낌을

처음으로 받았다.


그동안은 늘 엄마를 못 떨어져서 안달하고

친구들은 돌 같이 보며

엄마, 선생님만 찾더니 아 정말 신기하다.

9월 되고 이렇게 갑자기 다르다.

모난 돌인 엄마는 부럽네.

난 갑자기 깨달은 것이 세상에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

난 정말 보잘것 없는 하나의 돌맹이다.

당연히

세상을 바꿀 힘도 없고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만히 조용히 살다가 투표하기 돈 쓰기 정도인 듯.

분노 하지 말고 조용히 지내다가 투표하고 돈 쓰고

돈 안쓰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