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는 더 귀여워졌다.
식당에 들어서는 길
"엄마 나 콧물도 안나고 기침도 목이 막혀서 한건데
어떻게 할꺼야?" 하고 묻는다.
묻는 순간 애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한다는 걸 알겠다.
밥 먹고 나와서 "산책 한바퀴 하고 와서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라고 말했다.
애는 동네를 한바퀴 걷는 내내 아이스크림 이야기만 했다.
하도 아이스크림 이야기만 해서 내가 약간 힘들어져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갈 때까지 아이스크림 말 안하기!
'아이스크림' 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이스크림 못 먹어!"
했더니 '아니 왜?' 라거나 '그게 뭐야!' 따위의 말 한마디 없이 바로 수긍
다른 이야기만 했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 건너편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자
"엄마 나 아이스크림 가게 가서 아이스크림 쫑알쫑알 아이스크림 쫑알쫑알"
"어? 아이스크림이라고 세 번 말했네!"
하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우뚝 서서 애가 엉엉 울었다.
으앙 하고 눈물을 터뜨리면서.
애는 서러운데 난 애가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엄마 말은 의심의 여지도 없고 진리다. 아이의 우주.
"아구 아직 아기라서 하기 어려웠지?" 하고 달래주고 안아주고
"자 가게까지 아이스크림이라고 말 안하고 가면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어"
하고 말한 다음 손잡고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걸어갔다.
애랑 지내는 나날이 정말 행복하다.
소소한 기쁨이지만 이 행복은 내 인생에서 얻기 쉬웠던 것이 아니다.
토요일. 애가 자기 전에도 몸이 안좋은지 하루종일 찡얼거리고
낮잠도 두시간 잤는데 밤에도 8시쯤 잠이 들었다.
자다가 깨서 애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 했다.
"나 필요해."
"응응 뭐가 필요해? 이불?" 하고 물으니
"엄마" 그런다.
아기 침대로 건너가서 끌어안고
내 이불 같이 덮고 토닥토닥 해주었다.
품 안에는 따뜻하고 이젠 제법 단단해지고 키도 큰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