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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10SEP

아기는 더 귀여워졌다.


식당에 들어서는 길

"엄마 나 콧물도 안나고 기침도 목이 막혀서 한건데

어떻게 할꺼야?" 하고 묻는다.

묻는 순간 애가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한다는 걸 알겠다.

밥 먹고 나와서 "산책 한바퀴 하고 와서 아이스크림 먹으러 가자." 라고 말했다.

애는 동네를 한바퀴 걷는 내내 아이스크림 이야기만 했다.

하도 아이스크림 이야기만 해서 내가 약간 힘들어져서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 갈 때까지 아이스크림 말 안하기!

'아이스크림' 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이스크림 못 먹어!"

했더니 '아니 왜?' 라거나 '그게 뭐야!' 따위의 말 한마디 없이 바로 수긍

다른 이야기만 했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 건너편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보이자

"엄마 나 아이스크림 가게 가서 아이스크림 쫑알쫑알 아이스크림 쫑알쫑알"

"어? 아이스크림이라고 세 번 말했네!"

하고 말하자 그 자리에서 우뚝 서서 애가 엉엉 울었다.

으앙 하고 눈물을 터뜨리면서.

애는 서러운데 난 애가 너무 귀여워서 미칠 것 같았다.

엄마 말은 의심의 여지도 없고 진리다. 아이의 우주.

"아구 아직 아기라서 하기 어려웠지?" 하고 달래주고 안아주고

"자 가게까지 아이스크림이라고 말 안하고 가면 아이스크림 먹을 수 있어"

하고 말한 다음 손잡고 아이스크림 가게까지 걸어갔다.

애랑 지내는 나날이 정말 행복하다.

소소한 기쁨이지만 이 행복은 내 인생에서 얻기 쉬웠던 것이 아니다.



토요일. 애가 자기 전에도 몸이 안좋은지 하루종일 찡얼거리고

낮잠도 두시간 잤는데 밤에도 8시쯤 잠이 들었다.

자다가 깨서 애가 또렷한 목소리로 말 했다.

"나 필요해."

"응응 뭐가 필요해? 이불?" 하고 물으니

"엄마" 그런다.

아기 침대로 건너가서 끌어안고

내 이불 같이 덮고 토닥토닥 해주었다.

품 안에는 따뜻하고 이젠 제법 단단해지고 키도 큰 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