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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01OCT18

1.

아기가 잠들지 않아서 애를 차에 태워 마트가자 그러고 데리고 나왔다.

마트에 가는 길에 애가 말한다.

"나중에 내가 어른되고 엄마 아빠가 할머니가 되면

내가 애를 낳으면

자동차에 자리가 없는데 차를 딴걸로 해 줄 수 있어?"


갑자기 자기가 어른이 되고 엄마 아빠가 할머니 할아버지가 된다는 컨셉을 배워왔다.

토요일에 처음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저 대화는 일요일 밤의 대화.


"애를 몇 명 낳을 껀데? 하고 내가 묻자

"한 명쯤 나을꺼야." 하고 대답했다.

자기가 운전할 것이고

남편에 대한 개념은 없는 것 같아서 애가 있으면

애기 아빠도 있지 하고 말해 주었다.

"아 그럼 애를 안고 타면 되겠다" 하길래

애는 카시트에 꼭 태워야 한다고 말해줬다.


다섯 살 밖에 안된 애가 벌써 엄마가 될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한 명쯤 나을 꺼야' 라니 대답이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맨날 너무 귀여워서 심장에 무리가 온다.

이 귀여움을 나눌 사람이 없다.

딸을 보면 나야 처음으로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많이 해 보는 아기니까

아이의 총명함과 깊은 생각에 깜짝 놀란다.

할 줄 아는 것도 이미 너무 많다.

고양이, 공주 이런걸 벌 써 너무 잘 뚝딱뚝딱 그리고 난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전에 사 둔 고양이 그림책을 꺼내면서 "이거 예쁘지?" 했더니

"나 고양이 그릴 줄 알아. 그려줄까?" 하더니 뚝딱뚝딱 그려서 내게 선물로 주었다.




2.

난 요새 문구 지름에 빠졌다.

이게 내가 평생 해오던 것이니

조금 더 좋은 노트와 조금 더 좋은 펜,

조금 더 좋은 풀, 가위에 감탄하게 된다.

몇 년 째 써오던 다이어리가 있고

그 다이어리를 9월까지 잘 써 놓고 

공책을 두 개나 더 사서 노트 세 개를 펼쳐놓고 펜으로 글 쓰고 난리 났다.

주말을 이러고 보내었다.

애는 열심히 노는 내 옆에 앉아서 자기도 비슷하게 놀거나

인형놀이를 하면서 자기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를 내가 연기하게 했다.

난 펭귄과 엄마토끼, 아기 토끼 노릇을 하며 

새로 산 가위랑 풀, 테이프도 애한테 빌려 주었다.

내가 쓰면 내가 지르는 양이 너무 많아서 닳지를 않을 텐데

애는 마음에 드는 펜은 하루만에 반도 써버려서 ㅎㅎㅎㅎ

낭비 욜로 탕진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이게 엄청나게 내게 긍정의 기운을 준다.

해오던 덕질 중에 재일 꿀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