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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26OCT18

1.

애를 재우고 싶어서 8시 40분쯤 차에 태워 나갔다.

소풍을 다녀왔으니 차에 태우면 바로 자지 않을까 기대를 했다.

꽃 사러 갈까? 하며 애를 차에 태웠다.


"엄마 결혼은 모르는 사람이랑 하는 거야?" 하고 애가 물었다.

"아니. 아는 사람이랑 하는거야. 아기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해."

"그럼 엄마 있잖아. 우흥흥" 하고 애가 웃었다.

뭔가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 이야기를 내게 하지 않았다.

운전 하면서 난 결혼에 대한 내 생각을 애한테 이야기 했다.

듣던 애가 갑자기 말한다.

"엄마 나 건이랑 결혼하면~~~~"

저 문장이 뭐로 끝났는지 기억에 없고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드디어 저런 이야기를 하는구나.

그리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 딸내미는 너무 귀여웠다.

"건이는 뭐가 좋아?" 하고 내가 물었더니

"건이는 힘이 세서. 힘이 세서 좋아"

"너도 힘이 세잖아." "아니야. 안 세"

좀 있다가

"결혼하면 아기 아빠가 되잖아. 

진이는 장난이 심해서 (아빠 하면) 안되겠다.

윤이는 장난 꾸러기야.

내가 윤이랑 결혼하면 하(여자친구1)가 진이랑 결혼하고

유(여자친구2)가 건이랑 결혼해."

유치원에서 결혼에 대해 배운 모양인데

세상에 아는 사람이 너무 적구나.

저런 말을 정말 쿨하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것이 심쿵이다.

애는 마트에 도착할 때까지도

마트에 도착해서 집에 올 때까지도 잠들지 않았고

집에 도착해서 뒹굴뒹굴 하고 물 먹고

결혼 하는 이야기 잔뜩하다가 열 시도 넘어서 잠이 들었다.


애 재우고 하고 싶은 일이 많았는데

나도 애 재우다 옆에서 같이 자버렸다.

정리 정돈도 못해서 오늘 아침에 정리도 하고 쌀도 씻어 두었다.

이번 주 내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은 시간에 전혀 할 수가 없어서

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느라

우울지수가 높아졌다.

어쩔 수 없다.


새 노래도 나왔고 훈장도 받았는데 

뉴스를 보고 싶은 순간에 볼 수 없고

노래를 듣고 싶은 순간에 들을 수 없다.


2.

내가 애한테 뭔가를 주거나 할 때

내가 

"이거 엄마가 왜 주는지 알아?

엄마가 아기를 좋아하니까~" 하고 자문자답하곤 했다.


어젯밤엔 애가 초코과자를 먹겠다고 했다.

애가 사탕이나 초코과자를 먹을 때

난 죄책감이 든다.

애 치아나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애가 워낙 좋아하고

어린이집에서부터 맛을 알고 있었기때문에

완전히 금할 수도 없으니 조금의 죄책감과 함께 아기에게 준다.

근데 그걸 꺼내 먹으며 애가 애교 뿜뿜 자신감에 차서 말한다.

"이거 엄마가 왜 주는지 알아? 엄마가 나를 좋아하니까!!!"

저 문장 기억했다가 써 먹는다.

내 생각에는 적절한 쓰임새가 아닌 것 같지만

내가 저 말 할 때 애가 좋았나 보군 생각한다



3.

마트에 가서 꽃을 한다발 샀다.

애가 "엄마 우리 꽃 예쁜 데 가서 사자"

라고 말하고 꽃집에 가서 장미를 골랐다.

늘 그렇듯 핑크 포장지에 핑크 리본을 달아 주셨다.

꽃을 받아서 나오면서 애가 말한다.

"엄마, 꽃은 저기가 제일 예쁘다 그지?

이거 엄마 꽃 보다 예뻐?"

"그럼 제일 이쁘네." 하고 대답.


마트에 꽃집이 있어서 거기서 꽃을 종종 샀었다.

마트 매장 내에 꽃 떨이로 파는 곳이 생긴 후에는

떨이로 파는 곳에서 

시들기 직전의 싼 꽃을 다발로 사다가 집에 꽂아놓곤 했었다.

그걸 애가 알아서

"꽃 예쁜 집"에 가자고 굳이 말하는 것이다.

어젠 정말 오랜만에 꽃집에 갔다.

애가 장미를 골랐고 난 애가 고른 꽃을 사서 애한테 주었다.

덤도 잔뜩 주시기 때문에 꽃이 풍성하고 예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