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즘 애는 왜 안자려고 기를 쓰는지 모르겠다.
누워 자자 그러면 "안 앉을 꺼야 안 누울 꺼야 안잘 꺼야. 안 설 꺼야."
라고 말하며 땡깡을 부린다.
일요일에는 한시간 반동안 누워 있다가 결국 포기하고 거실에 나왔다.
한숨 자고 일어난 남편이 마트 가자 하며 차에 태워 나가서 재워서 안고 들어 왔다.
노래도 부르고 노래도 듣고 이야기도 하고 장난도 잔뜩 쳐 주는데
안 눕는다며 기를 쓴다.
누워서 이야기 하자 그런 다음
"엄마가 뭐 사고 싶냐면~"
"엄마 화장품 사고 싶지? 다 알아!"
하고 영 모를 소리를 한다.
추석 무렵에 여기 저기 선물하려고 화장품을 잔뜩 샀더니 하는 소리인 듯.
2.
농담을 "농감" 이라고 한다.
꼭 "내가 농감한 거야" 라고 말해서 내가 들을 때 마다 심쿵한다.
귀여워. 안 고쳐 주고 있다.
"뿡 쟁이 며느리" 이야기를 안다고 내게 말했다.
누워서 내가 이야기를 해주니
모르는 이야기라며
"아까는 농감한 거야!" 라고 외쳤다.
3.
엄마 차차는 붕어야? 하고 물었다.
"뭔 소리래?" 하며 보던 유투브를 돌려 보니
"실수투성이 귀여운 소녀" 하는 노래 가사를
귀여운 붕어! 라고 따라 불렀다.
너무 귀여워서 기절할 것 같았지만
침착한 태도로 "차차는 앞으로 붕어야." 라고 대답했다.
어떻게 하면 소녀가 붕어로 들리는 걸까.
4.
부모 참여 수업에 다녀왔다.
애는 씩씩하게 정말 제일 큰 목소리로 발표를 한 다음
너무 부끄러워져서 내 품에 쏙.
무릎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나중에 오후 늦게 또
잘했다고 칭찬해 주자 애가 "부끄럼 탔는데도?"
하고 내게 물었다.
부끄럼 탄 거였군!
말도 잘하네 하며 납득.
"잘했어. 엄청 잘했어.
엄마도 발표하고 너무 부끄러워서 도망간 적 있어.
괜찮아." 하고 말해 줬는데
내가 도망갔다는 말에 좀 반응을 하는 것 같았다.
(대화 순서는 좀 안맞을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