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를 어린이집 보낸 지 17개월. 1년 반만에
시간을 조금 같이 보낼 수 있는 사람을 사귀었다.
나는 정말 더딘 사람이다.
애보다 먼저 어린이집 보내고 있던 아기랑 엄마니까
알고 지낸 지 17개월이다.
조금 친해졌으면 하고 바라긴 했는데
어린이집 끝나고 이야기 조금씩 하다가
같이 산책 조금씩 하다가
우리집, 친구집, 또 우리집 이렇게 세번 놀았다.
가장 좋은 건 애 둘이서 서로 엄청 좋아한다는 것이다.
15개월을 같은 반에서 하루종일 낮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니까
서로 사이가 좋은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우리 애도 계속 기다리고 찾고, 친구 아기도 계속 이야기 하고
집에 놀러가자고 하고 한다고 했다.
둘이 놓아두면 엄청나게 귀엽고
어제도 집에 데려가서 비닐봉지 하나씩 주고
머리 고무줄 한 통 줬더니 둘이 조용히 앉아
비닐봉지에 고무줄 색색별로 잔뜩 묶기 놀이를 하는 것이
둘이 똑같았다.
우리 애기가 넘어지자 친구 애가 따라서 넘어진 다음에
"일부러 넘어졌어" 하는데 심쿵.
우리 애보다 반년 빨라서 말을 엄청 잘하는데도
말이 다 (당연하지만!) 아기 목소리에 아기 말투라
너무 너무 귀엽다.
친구가 집에 간다고 하니까
애가 울음이 터져서 목을 놓아 울었다.
나랑 남편이 어디 가도 요샌 그렇게 안 울면서
어지간히 재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싶었다.
안고 다녀도 내내 울더니
한 10분 울다가 그치길래 목욕 시키고 같이 놀았다.
친구 놀러 온다고 간만에 장도 보고 냉장고 채워두고
요플레, 과자랑 주스랑 잔뜩 사서 애들 저녁 먹고 계속 주고
"그래. 친구가 놀러오는 이런 날도 있어야지." 하면서 만족.
애가 좋아하니 내가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 나의 상황에 대한 판단은 다 애가 중심이라
애가 좋아하면 좋고 애가 시큰둥 하면 나도 힘들다.
애가 좋아하면 계속 웃고 잘 놀고
애가 시큰둥하면 울거나 부끄러워하면서 내게 매달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