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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16MAI

1.

엄청 많이 아팠다.

애가 걸린 감기에 남편과 내가 걸렸고

걸리고 보니 이렇게 독할 수가 없었다.

일요일 아침엔 너무 상태가 안 좋았다.

감기야 물 많이 먹고 쉬면 낫지만

애가 있으니 "쉬는" 옵션이 인생에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 가서 진찰 받고 약을 타왔다.

 

남편이 입맛 없어도 약인 듯 먹자 하며 삼계탕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난 점심을 먹자마자 내 약을 한 포 삼켰다.

그리고 집에 도착했는데 몸이 진짜 이상한 것이었다.

약에 독을 탔는지 먹자 마자 기절.

남편이 애 TV를 하나 틀어주고 낮잠을 재워서 내 옆에 눕혔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애가 잠에서 깼을 때

내 정신은 여전히 꿈나라에 있었다.

애가 깼는데 나는 약에 취해 비몽사몽이니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는 것이었다.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서 전화기를 들고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ㅋㅋㅋ

거실에서 전화기는 울리는데 남편은 안받고

내가 몸을 일으키면 애는 울고.

겨우 방문을 열고 보니 남편은 소파 위에서 자고 있었다.

 

그때부터 제정신도 아닌데

애만 계속 안고 있다가

(감기 직후라 그런지 보채기가 최강이다.

내 품에서 떨어지지를 않는다.)

남편이 차려 준 저녁 먹고

저녁 약 먹고 또 잤다.

그러니 감기 증상이 엄청나게 약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멍하다. 감기는 떨어지지 않고 증상만 약해진 듯.

 

 

 

 

 

2.

애가 좋아하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아침에 씻고 나온 아이에게

번개man 옷을 꺼내어 손에 들고

"오늘 이거 입을까?"

했더니

애가 팔을 뻗고 주먹을 꼭 쥐고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너무 좋아" 한 다음에

옷을 정말 빨리 입으면서

"내가 너무 좋아 했어" 하고 나한테 말한다.

 

애가 정말 좋아하는 친구랑 놀게 해주려고

친구 엄마랑 약속을 잡고 토요일 오전에 놀러 나갔다.

나갈 때 말하려고 그 직전까지  말을 안하고 있었다.

세수하고 선크림 바르고 나갈 준비를 하는데

애가 나한테 와서 "엄마 티비 틀어줘" 할 때

남편이 티비를 안보여 주려고 그 이야기를 했다.

뭔 소리래 어리둥절 하는 애한테

 

"지금 나가서 00랑 놀꺼야. 00랑 놀러 갈꺼야" 라고 말하자

애가 갑자기 손을 뻗으며

"신나!" 하고 말했다.

그리고 내 옷을 입혀 주려고 했다. (시늉만)

 

어린이집 가는 길에 땅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돌맹이를 하나 주웠다.

그게 뭐 그렇게 좋은지 입이 쩍 벌어진다.

 

토요일 보도블럭 걸어가다가

차량 진입 금지하느라 세워놓은 돌 위에

자기가 앉고 나랑 남편도 하나씩 앉으라고 한 다음에

좋아서 입을 벙긋 벙긋 한다.

 

 

3.

일요일 저녁에

애를 보다가 힘들면 침대에 누웠다가

다시 나갔다가 했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애가 "엄마 아파?" 하고 방으로 들어오더니

"내 쭈물러 주까?" 하고 다리를 만지작 만지작 하며

입으로는 "쭈쭈쭈쭈" 그랬다.

다리 쭈물러 주며 "쭉쭉쭉쭉" 했더니 배운 거다.

 그리고 "착해요" 하고 말하며 이불을 톡톡 펴서 덮어 주었다.

 

아픈 와중에도 행복하고

딸내미 잘키웠군 흐뭇했다.

 

 

저녁 먹고 나서는 "엄마 감기약 주까?" 그랬다.

남편이 "아빠는?" 하니

"아빠는 나중에 먹어야돼. 엄마는 지금 먹구.

유슈이도 안먹었는데"

 

실제론 아빤 약 그때 먹고 난 약 잠자기 직전에 먹었지.

낮에 네시간쯤 잤는데도 약 먹고 약기운 퍼지자 기절.

 

 

 

4.

갑자기.

선생님 놀이를 한다.

 

토요일, 일요일 걸상을 하나 거실 중간에 갖다 놓고

"일어 섯"

"안자 보세요. 이제 이렇게 해보까요"

"뒤로 쪼끔만 가세요. 여기는 위험해요"

"허리에 손" 

"헬로 헬로. 헬로 토토"

 

하면 남편과 나는 시키는대로 하였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엔 내가 너무 아파서

조금 하다가 방에 가서 또 누웠다.

 

 

 

5.

심각하게 상담 받고 싶다.

애가 아빠를 너무 멀리한다.

아빠한테 너무 함부로 하고

아침에 눈만 뜨고 가만 누운 아빠한테 "저리가 하지마"

내가 조용조용 타일러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애가 마음이 너무 작아서 들어가는 사람이 하나 뿐인가

마음이 좀 더 커지고 사회성이 발달할때까지 기다려야 하나

하는 건 내 가설이고

 

 

 

 

6.

내 얼굴, 자기 얼굴 모두 볼을 눌러

입술을 뾰족이로 만들고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