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젠 남편은 먼 곳의 초등학생 대상 강연하러 출장 가고
나는 몸이 너무 많이 계속 아팠다.
주기적으로 안면을 두드려 맞는 통증이 온다.
진통제를 먹은 후 약 기운이 퍼질 때까지 기다리면 괜찮아진다.
남편 없으면 예전엔 너무 힘들고 슬펐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연락하고 애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애 친구 엄마가
"이 정도 큰 애면 둘이 키울만 할 것 같다"
라고 말하면서 애들 욕조에 담그어 놓고 목욕도 척척 시켜 주셨다.
목욕 후에는 기저귀도 하나 주고 내복도 한 벌 꺼내어 주고
머리핀도 꽂아 주었다.
난 진짜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주스에 애 밥, 아이스크림도 얻어 먹고
어른 둘은 통닭 시켜서 먹고
집에 올 때는 맛있다는 술도 한 병 얻어서 손에 달랑달랑 들고 왔다.
아기는 엄마를 찾지도 않는다.
약 가지러 주차장에 잠깐 다녀왔는데
내가 나가도 본체 만체.
내가 밥을 먹는 동안도 친구랑 노느라 뚝 떨어져서 본체 만체.
애가 뭘 하고 놀았는지 아예 몰랐다.
몸이 아프면 힘드니까 노동을 하면서 슬퍼지는데.
잘 놀고 잘 먹고 벽에 기대어 편하게 쉬다가 애를 데리고 집에 왔다.
뭐 할 일도 별로 없이 내가 세수하고 애랑 나랑 양치질 하고
애 토닥토닥해서 재웠다.
집에 있으면 애는 아빠랑 안 논다고
누워 있는 엄마한테 갈 꺼라고 떼쓰고
누워 있으면 계속 와서 안아 달라고 하고
이걸 못하게 막으려면 애 아빠는 텔레비전을 틀어주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엄청 건전하게
친구랑 잘 놀고 있으니
너무 기특 하다.
친구랑 친구 엄마가 다정한 탓이지만...
친구 엄마가 손톱에 매니큐어 예쁘게 발라주고
이쑤시개로 하트도 그려줬다.
마를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하니
친구랑 둘이서 손가락 쫙 펴고
흔들고 있는 것이 아오 귀여웠다.
아침엔 아빠한테도, 커피 집 앞 이모들 한테도
"애서 엄마가 발라 줘따" 하고 자랑을 했다.
애서 만나러 커피집 간다면서
엄청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중간에 보다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