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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D0120MAI

어젠 남편은 먼 곳의 초등학생 대상 강연하러 출장 가고

나는 몸이 너무 많이 계속 아팠다.

주기적으로 안면을 두드려 맞는 통증이 온다.

진통제를 먹은 후 약 기운이 퍼질 때까지 기다리면 괜찮아진다.


남편 없으면 예전엔 너무 힘들고 슬펐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연락하고 애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애 친구 엄마가

"이 정도 큰 애면 둘이 키울만 할 것 같다"

라고 말하면서 애들 욕조에 담그어 놓고 목욕도 척척 시켜 주셨다.

목욕 후에는 기저귀도 하나 주고 내복도 한 벌 꺼내어 주고

머리핀도 꽂아 주었다.

난 진짜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주스에 애 밥, 아이스크림도 얻어 먹고

어른 둘은 통닭 시켜서 먹고

집에 올 때는 맛있다는 술도 한 병 얻어서 손에 달랑달랑 들고 왔다.


아기는 엄마를 찾지도 않는다.

약 가지러 주차장에 잠깐 다녀왔는데

내가 나가도 본체 만체.

내가 밥을 먹는 동안도 친구랑 노느라 뚝 떨어져서 본체 만체.

애가 뭘 하고 놀았는지 아예 몰랐다.


몸이 아프면 힘드니까 노동을 하면서 슬퍼지는데.

잘 놀고 잘 먹고 벽에 기대어 편하게 쉬다가 애를 데리고 집에 왔다.

뭐 할 일도 별로 없이 내가 세수하고 애랑 나랑 양치질 하고

애 토닥토닥해서 재웠다.


집에 있으면 애는 아빠랑 안 논다고

누워 있는 엄마한테 갈 꺼라고 떼쓰고

누워 있으면 계속 와서 안아 달라고 하고

이걸 못하게 막으려면 애 아빠는 텔레비전을 틀어주는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엄청 건전하게

친구랑 잘 놀고 있으니

너무 기특 하다.


친구랑 친구 엄마가 다정한 탓이지만...


친구 엄마가 손톱에 매니큐어 예쁘게 발라주고

이쑤시개로 하트도 그려줬다.

마를 때까지 가만히 있어야 한다고 하니

친구랑 둘이서 손가락 쫙 펴고

흔들고 있는 것이 아오 귀여웠다.


아침엔 아빠한테도, 커피 집 앞 이모들 한테도

"애서 엄마가 발라 줘따" 하고 자랑을 했다.

애서 만나러 커피집 간다면서

엄청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도

중간에 보다가 나왔다.